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일 정치 생명이 걸린 운명의 한 주를 맞았다. ‘성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심의가 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도 “‘카더라’ 의혹에 당대표를 내려놓아야 하느냐”고 맞서면서 여권 내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오는 7일 회의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징계를 심의한다. 이 대표가 윤리위에 회부된 사유는 ‘증거 인멸 교사 관련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 이 대표가 2013년 김성진 아이키스트 대표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측근을 통해 무마하려 했다는 논란이 당의 명예를 실추시켰는지가 쟁점이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논의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윤리위가 징계 사유로 든 품위유지 의무 위반 여부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품위유지라든가, 당에 끼친 손실이라는 것은 명징한 지표가 나타나야 하는데,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고 했을 때, 어떤 지표의 변화가 있었나”라며 “윤리위가 뭘 다루는지 불명확하다”고 따졌다.
이 대표는 경찰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하는 게 불합리하다고도 성토한다. 그는 지난 1일 JTBC 인터뷰에서 “윤리위는 수사기능도 없고, 부존재의 증명이다. (증거 인멸 교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증명하라는 것이냐”라며 “수사기관의 결론이 나면 그게 최종 판단이지, 윤리위가 판단하고 수사기관이 상반되는 판단을 내놓으면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는 이 대표의 이 같은 반론이 얼마나 타당한지와 상관없이,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윤리위 결과가 달렸다는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 박성민 의원이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사퇴한 만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실 입장은 이 대표를 징계해서 들어내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가 어렵고, 원 구성도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로 당을 분란시키는 이 대표를 어떻게 안고 갈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도 최근 윤 대통령을 의식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친윤’(친윤석열) 그룹과 ‘윤심’ 경쟁을 벌이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가 지난 1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을 ‘깜짝 영접’하고, 윤 대통령의 출장 기간 지방을 돌며 대선 공약을 챙긴 게 대표적이다.
다만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여권은 당분간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김기현, 안철수 의원 등 차기 당권 주자가 공부 모임을 통한 세력화에 나서는 등 여권 내 당권 경쟁은 이미 꿈틀대고 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중징계 결과가 나온다면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당헌·당규상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모두 다투고, 여론전도 이어갈 것”이라며 “혼탁한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대표가 경징계를 받는다고 해도 리더십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