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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윤리위 징계 심의 초읽기… 윤심(尹心)은 어디로? [용·썰·기]

윤석열식 ‘법의 지배’ 시금석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법과 원칙, 상식과 공정을 실현하기 위해 몸으로 싸워왔다.” (2021년 6월 29일, 윤석열 당시 전 정치참여 선언 기자회견 중 발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당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를 앞두고 ‘윤심(尹心)’의 향배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용산과 여의도에 무성하다. 이 대표의 ‘성 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관련한 윤리위 심의 결과가 당권을 둘러싼 ‘친윤계’(친윤석열계)와 이 대표의 충돌만이 아니라 2년 뒤 총선과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여권 내 권력 지형의 지각 변동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양측이 ‘윤심’을 향해 서로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심’은 어디 있을까. 윤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법조계 인사들과 대선 캠프를 함께 치른 이들은 누군가의 편을 돕는 정치적인 득실이 아닌 ‘법과 원칙’의 잣대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윤심’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한 당시 여권의 비판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법과 원칙’은 화물연대 파업이나 사저 앞 집회 든 윤 대통령이 각종 현안을 대하는 제1의 잣대다. 

 

이 대표는 자신의 의혹을 놓고 현재 윤리위 심의와 경찰 수사라는 정치적·사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대표는 3일 공개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뭐든지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의혹을 제기하면, 당 대표를 내려놓아야 하는가. 그건 좀 이상한 것 같다”라면서도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선거가 끝났으니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길게 (끌고) 갈 문제가 아닌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그 자체가 문제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는 자신과 갈등을 빚어온 친윤계와 안철수 의원 측과의 당권 투쟁의 일환으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사법적으로는 석연치 않은 경찰의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측근 A씨는 “법과 원칙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 문제는 복잡하게 바라볼 이유가 없다. 이 대표 스스로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방패 삼아 윤리위 문제를 돌파하려는 (이 대표의)시도는 납득이 안 된다. ‘법과 원칙’으로 풀어야 할 사건을 정치를 끌어들여 해결하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리위라는 당의 징계 심의·의결 기구는 당헌·당규에 기초해 징계를 심의하지만 정무적인 판단도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경찰의 수사와 향후 이어질 사법 절차는 이 대표가 ‘법과 원칙’에 따라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판단을 받아야 할 영역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은 줄곧 이 대표와 만찬 회동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거나 이 대표 측의 회동 요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윤 대통령과의 이 대표의 만남과 발언이 자칫 ‘법과 원칙’으로 판단 받아야 할 이 대표 개인의 문제를 윤 대통령까지 결부된 여권 내 권력투쟁으로 확전시킬 수 있다고 경계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 당선 직후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당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는 줄곧 말을 아껴왔다. 또 다른 측근 B씨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비공개 만남을 거절해온 배경에 대해 “회동을 할 경우 이 대표가 회동 사실과 만남 내용을 갖고 정치적 갈등에 활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며 “윤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과 경제 위기 등 국내외 만만치 않은 현안을 풀어가고 있다. 당의 갈등이 오히려 국정운영의 동력을 깎아 먹는 상황이 오히려 답답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의 개인 비위가 당 윤리위 개최로 여당의 모든 정치적 현안을 잡아먹는 블랙홀이 됐지만 윤 대통령의 ‘법과 원칙’의 잣대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당심(黨心)‘이 곧 ‘박심(朴心)‘이던 과거 보수 정당과는 전혀 다른 정치 문법이다. 201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가 정부 시행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 전 원내대표를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을 찍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의 사퇴권고안을 수용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박 전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결별은 2016년 총선에서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 논란을 초래, 이후 탄핵까지 이어지는 여권의 권력 분화의 시발점이 됐다. 

 

이번 사태에서 윤 대통령의 ‘법과 원칙’ 고수는 윤 대통령이 줄곧 말해온 ‘법의 지배(Rule of law)’를 사법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 앞에서는 최고 지도자도, 여당의 당 대표도 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는 ‘법의 지배’ 원칙이 정무적인 판단에 앞서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불개입 자체를 두고 ‘윤심’이 이 대표를 ‘손절’ 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대통령실은 우선 당의 판단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 윤리위가 이 대표보다는 친윤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불개입을 이 대표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는 친윤계의 명분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정당의 목적은 선거의 승리다. 지금의 상황은 2년 뒤 총선을 생각하면 자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며 “승자 없이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용·썰·기: ‘용산 썰푸는 기자’의 줄임말입니다.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세계일보 기자들이 지면에 담지 못한 대통령실의 생생한 이면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합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