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강제동원 ‘민관協’, 한·일관계 물꼬 틀 해법 찾아야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강제 동원 소송 피해자 대리인단과 지원단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입구에서 강제동원 민관협의체 참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외교부는 조현동 1차관이 주재하고 정부 인사와 전문가, 피해자 측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강제동원 민관협의체를 출범하고, 이날 첫 회의를 개최한다. 2022.07.04. kmx1105@newsis.com

한·일관계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회’가 어제 공식 출범했다. 정부 인사, 전문가, 피해자 측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민관협은 비공개로 첫 회의도 가졌다. 민관협 발족은 윤석열정부가 꽉막힌 한·일관계를 풀고자 김포∼하네다 공항 운항노선 재개 합의 등 전향적 입장을 취해온 다양한 조치들의 연장선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강제동원 배상이 모두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민관협이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법 도출을 서두르는 것은 오는 8∼9월로 예상되는 대법원 확정 판결로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현금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과 11월 각각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민관협 발족 후 일본에서 나온 반응은 예사롭지 않다. “한국 대법원의 최종 판결 때까지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일관계는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는 마당이다.

그렇더라도 우리 외교가에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할 돈을 한국 정부가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일본 측에 청구하는 이른바 ‘대위변제’ 방안에서부터 한국과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 형식으로 지급하는 ‘1+1안’, 기금 조성에 양국 기업은 물론 국민성금도 보태는 ‘1+1+α(문희상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어떤 안도 피해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선 ‘위안부 문제’와 마찬가지로 제자리걸음을 할 것임을 민관협은 알아야 한다. 피해자들의 호소를 경청하면서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정부 5년 내내 최악이었던 한·일관계의 개선 기미가 곳곳에서 보이는 것은 다행스럽다. 얼마 전 4년9개월 만에 이뤄진 한·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논의가 본격화하고 어제 3년 만에 열린 ‘한·일간 재계회의’에서 양국 관계를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시대’로 전환·격상하자고 뜻을 모았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일본도 관계개선 의지가 강하다는 신호가 아닐 수 없다. 민관협이 역량을 총결집해 한·일관계를 정상화할 해법을 찾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