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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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연금개혁 등 현안 시급한데… ‘키’ 잡을 수장 공석 장기화

복지 장관 후보자 연속 낙마 파장

김승희, ‘문재인 치매 발언’ 등 잇단 지적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수사 돌입 치명타
김 “유용 없었고 실무진 착오” 의혹 부인

코로나 재유행·인구·복지 정책 정비 등
주요 과제 추진 동력 회복 어려울 수도
정호영(왼쪽)·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로 지명된 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까지 4일 자진 사퇴하면서 복지부 수장 공백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 윤석열정부가 여성 후보로 깜짝 발탁했으나 의원 시절 정치자금 관리에 발목이 잡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업무 추진 동력을 쉽게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새 정부 내각 인선에서 여성이 적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지명됐다. 약사 출신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제20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을 거치며 전문성을 갖췄다는 것이 지명 이유였다.

하지만 과거 행보에 대한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 2019년 국회에서의 이른바 ‘문재인 대통령 치매 발언’이 부각되면서 야당 의원들은 지명 직후부터 사퇴를 촉구했다. 의원 시절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국민 지갑을 턴다”고 한 발언을 두고는 윤석열정부의 연금개혁 방향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친과 관련한 부동산 편법 증여 의혹,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소송 중인 법무법인 고문 이력도 문제가 됐다.

결정타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다. 의원 시절 정치자금을 활용해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거나 같은 당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자금으로 렌터카를 도색한 뒤 매입하고, 입법정책 개발비를 여론조사에 사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후보자가 정치자금법 일부를 위반했다고 판단, 지난달 29일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여당 내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커졌고, 이날 결국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사퇴의 변’에서 “(정치자금을) 고의적으로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며 “현재와 같이 정치자금 사용의 기준과 관리가 모호한 체계에서는 정치자금과 관련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기에 국회 내 논의를 통한 제도적 보완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연이은 후보자 사퇴로 복지부 장관 자리는 50일 가까이 공석 상태다. 권덕철 전 복지부 장관의 사표 제출일(5월17일)을 기준으로 48일째, 공식 퇴임일(5월25일)부터는 40일째다.

과거에도 40일 넘게 차기 복지 장관 임명이 늦어진 사례가 있지만, 지금은 정권 초기인 데다 복지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가 적지 않아 어느 때보다 수장이 필요한 때다.

복지부는 코로나19 대응 주무부처 중 하나다. 코로나19 유행이 증가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상 회복과 유행 통제 사이에 균형을 맞춘 방역정책을 추진하고, 의료 대응 체계를 정비해 재유행에 대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시작도 못 하고 있다. 경기침체기 취약층 보호와 발달장애인 돌봄 등 장애인 정책, 비대면 진료 확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보육·노인 정책 등도 시급한 과제들이다.

주요 인선도 지연되고 있다. 연금제도를 뒷받침할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4월18일 이사장이 물러난 뒤 지금까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복지부 내 주요 보직인 기획조정실장과 보건의료정책실장 자리도 비어 있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장관이 없더라도 업무는 진행되겠지만, 관계부처 간 조율 등 장관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