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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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에 벌써 36도… 역대 가장 더운 여름 오나

‘역대급 폭염’ 2018년보다 기온 높아
6월 전력수요 7만㎿ 역대 최고치
태풍으로 뜨거운 수증기 잇단 유입
기상청 “8월 수준 더위 당분간 지속”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낮에 오른 기온은 밤에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4일 새벽 서울 최저기온은 26.4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사상 첫 ‘6월 열대야’는 수일이나 더 발생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외에도 강원 강릉 27.3도, 경북 포항 26.6도, 제주 26.1도 등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전날 낮 최고기온은 경북 상주 36.0도, 청송군 35.8도, 강원 정선군 35.0도 등으로 7월 상순 기준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올해는 1994년과 함께 역대 가장 더웠던 해로 남은 2018년보다 기온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유는 다르다. 2018년에는 장마가 끝난 뒤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대기 아래층을 뒤덮은 상태에서 그 위로 또 다른 더운 성질의 공기덩어리인 티베트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이중으로 감쌌다. 더운 김이 가득한 채로 냄비뚜껑 아래 갇힌 셈이었다.

올해는 지상부터 대기 하층이 뜨겁게 달궈진 상태다. 지난 1일 열대 해상에서 발달한 제4호 태풍 ‘에어리’는 경로를 일본으로 틀었지만 우리나라까지 막대한 수증기와 열기를 불어넣었다. 지난 주말부터 현재 우리나라에 찜통더위가 발생한 이유도 에어리로 불어들어온 고온다습한 공기 탓이다. 대기 상층은 상황이 다르다. 대기 꼭대기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있다.

서울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신당역 인근 건널목 그늘쉼터에서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온도가 높은 부분은 붉게, 낮은 부분은 푸르게 나타난다. 연합뉴스

대기 상·하층이 모두 더운 공기로 갇힌 2018년 때보다 낫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에어리가 사라진 자리에 중국 남쪽에서 소멸한 제3호 태풍 ‘차바’가 이 지역에 풀어둔 열대 열기와 수증기가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현재 에어리가 뜨거운 수증기를 주입시켜서 더운데, 에어리가 빠져나가면 북태평양고기압이 빈 자리를 잡고 이맘때쯤 차바가 풀어놓은 수증기까지 우리나라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낮 기온이 33∼35도까지 오르던 더위가 살짝 누그러져도 기온은 30∼32도까지 오르고 수증기가 들어와 체감하는 더위는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여름 초입에 나타나는 더위는 계주에서 주자가 바통을 넘겨받듯이 단속적인 요인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 여름 한복판으로 들어서는 8월까지 무더운 ‘더위 계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아 북태평양고기압은 우리나라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았다. 우 예보분석관은 “북태평양고기압은 여름 초기에 서쪽으로 확장했다가 7∼8월에 북쪽으로 확장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북쪽으로 확장했다”며 “우리나라에 7∼8월 수준에 상당하는 더위가 벌써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는 갑자기 수축할 신호는 보이지 않아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고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티베트고기압까지 확장한다면 ‘최악의 여름’을 맞게 될지 모른다.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국전력 서울본부에 설치된 전력수급 상황 현황판에 현재 전국의 전기 사용량과 예비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일찌감치 시작된 폭염에 6월 전력수요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최대전력은 7만1805㎿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6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6월에 7만㎿를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최대전력’은 하루 중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수요를 말하고, ‘월평균 최대전력’은 일별 최대전력의 한 달 평균값이다. 지난달 최대전력이 가장 높았던 날은 27일 오후 5시로 8만4739㎿를 찍었다. 냉방 가동으로 전력수요가 늘면서 전력 공급예비율의 마지노선인 10% 선이 깨지기도 했다.


박유빈·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