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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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평년보다 더 습하고 덥다

서울, 지난달 26일 사상 첫 '6월 열대야'
제4호 태풍 '에어리'(AERE)의 간접영향으로 비가 내리고 있는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항에 어선들이 피항해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에어리는 동쪽으로 진로를 틀어 일본을 향할 것으로 예보됐다. 서귀포=뉴시스

전세계적으로 이른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6월부터 이른 열대야가 시작되는 등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폭염이 일찍 찾아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더 더운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뉴시스와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첫 열대야는 지난달 17일 강릉(25.1도)에서 기록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4일 빠른 기록이다.

 

이번 열대야는 전형적인 열대야 현상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강릉의 첫 열대야는 낮 기온이 29도, 즉 30도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본래 열대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 전체를 덮어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밤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못하는 않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쪽에서 많은 양의 뜨거운 수증기들이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전체적인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가 높아지는 형태를 보였다.

 

서울도 지난달 26일 사상 첫 6월 열대야를 맞았다. 지난해 첫 열대야는 7월13일, 2020년에는 8월4일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무더위가 일찍 닥친 셈이다.

 

수원과 대전, 광주 등에서도 같은 날 첫 열대야를 기록했다. 밤사이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흐린 날씨를 보이면서 낮에 오른 기온이 내려가지 못해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과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일본 도쿄는 지난달 25일부터 9일째 도심의 기온이 35도를 웃돌고 있다. 이는 1875년 일본이 기상 관측을 시작한 후로 가장 긴 폭염이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돌로미티 산맥 최고봉에서는 지난 3일 초여름 폭염 속 기온이 영상 10도까지 오르면서 빙하가 붕괴해 최소 6명의 등반객이 사망하고 16명이 실종됐다. 영국 전역에서도 30도 이상 기온이 치솟는 대폭염 경보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우리나라의 여름철 기온은 최소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여름 평년 기온은 6월 21.4도, 7월 24.6도, 8월 25.1도다. 연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평년 기온을 웃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오는 6일까지 전국에서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귀포 남남동쪽 약 360㎞ 부근 해상에 위치한 4호 태풍 에어리가 한반도로 고온다습한 공기를 유입시키고 있다. 또한 서해 북부에 자리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고 기압계가 정체되면서 열이 축적되는 상황이다.

 

폭염과 별개로 지난달 시작된 장맛비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마는 기압계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 일정 기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올해 장마는 제주도에서 지난달 21일,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서는 이틀 후인 23일에 시작됐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열흘 남짓 계속된 비는 지난 1일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정체전선의 영향이 끝난 것은 아니다.

 

4일 오전 소멸한 제3호 태풍 차바가 남긴 수증기가 중국 내륙지역에서 몽골에서 남하하는 한랭건조한 공기와 충돌하면서 형성된 정체전선이 우리나라에 접근해오면서 7일께 전국에 비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