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 기득권과 규제 카르텔부터 깨겠습니다.”
취임 닷새째를 맞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프리 스타일’ 행보가 안팎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지사는 전임 이재명 지사의 도정 기치인 ‘공정’과 달리 ‘기회’를 앞세우며, 자유분방하면서도 진심 어린 도정으로 존재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듣는다. 경제관료 출신답게 무조건적 ‘공정’이 아닌 ‘기회’의 차별화를 꾀해 중소상인과 기업,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무조건적 ‘공정’ 아닌 ‘기회’의 차별화…닷새간 행보는 겸손·배려·소통
5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의 최근 행보는 ‘겸손’과 ‘배려’, ‘소통’으로 요약된다. 이날 오후에는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단을 방문해 몸을 낮춰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을 부탁했다.
또 폭우 대처를 위해 지난 1일 취임식을 생략한 그는 전날 뒤늦게 취임사를 내놓으면서 “경기도를 대한민국 기회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에서 기회가 넘쳐나는 변화가 일어날 때, 변화의 바람이 대한민국에 휘몰아칠 것”이라며 “일할 기회, 장사할 기회, 기업을 경영할할 기회, 공부할 기회, 사랑할 기회가 넘쳐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른 기회는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만 가능하며 저와 다른 공직자의 기득권 깨기부터 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지사는 취임사에서 도지사 공관 입주를 포기한 것을 언급하면서 대외 행사 외에는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근무시간 이후 보고나 지시도 최소화하겠다고 다짐했다. 규제 카르텔 깨기도 거론하며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 청년의 시장진입을 막는 조례나 관행 등을 없애겠다고도 했다.
같은 날 열린 첫 확대간부회의는 김 지사의 이런 행보를 가늠할 시험대였다. “일사불란하게 수직적으로 일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보고서 없는 자유토론을 주재했다. 이어 직원과의 첫 구내식당 오찬에 청원경찰, 방호원, 미화원 등 현장직 36명을 초대해 육개장과 샐러드로 식사를 함께했다. 그는 “말로만 하지 않고, 하나하나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 ‘이재명표’ 기본소득 → ‘김동연표’ 경기찬스…향후 보직 인사에서도 ‘이재명 캠프 출신’ 제외될 듯
이 같은 움직임은 전임 지사와 차별화된 독자 행보로 읽히고 있다. 김 지사는 취임 전부터 내부 공모를 통해 비서실장을 뽑거나 도지사 공관을 직원 소통공간으로 내놓으며 다른 길을 걸었다. 이 전 지사가 취임과 함께 측근을 비서실장에 임명해 낙하산 논란을 불러온 것과 대비된다.
김 지사가 추진 중인 경제부지사직 신설도, 이 전 지사 시절 도입한 평화부지사직을 없애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처럼 ‘김동연표’라는 꼬리표가 붙은 정책들은 벌써 곳곳에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미 도 안팎에선 김 지사의 행보가 전임 지사와의 거리두기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선후배 지사이자 대선, 지방선거를 함께 손잡고 싸운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 설정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앞서 지난달 말 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해산하며 발표한 120대 도정 정책과제에선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 이 전 지사시절 의욕적으로 추진된 정책들이 대부분 축소되거나 빠졌다. 김 지사가 “임기 안에 이루겠다”며 의욕을 보이는 경기북부 분도 역시 이 전 지사가 반대하던 것이다.
의도적 거리두기 해석은 도지사 선거캠프를 주도하던 이 전 지사 측 핵심인사들이 인수위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향후 산하 단체장과 도청 주요 보직 인선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도 관계자는 “도정을 막 시작한 김 지사가 무리하게 차별화를 꾀하진 않을 것”이라며 “개인의 성향 차이가 더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