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인 정성장(사진)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윤석열정부가 안정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여당과 야당 그리고 정부 3자가 균형 있게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기구의 신설 및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여전히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떠한 정책을 추구할 것인지, 만약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남북한 간에 힘의 균형을 회복하고 남북관계를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정 협의기구 신설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접점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여야 동수 의원들과 정치권이 추천하는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같은 민관 기구를 통해 향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중·단기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한 초당적 협력 기반 구축이 긴요하다는 게 정 센터장 지론이다.
정 센터장은 윤석열정부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선례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이홍구 당시 서울대 교수를 국토통일원 장관(통일부 장관에 해당)에 임명했다. 이 전 교수는 마르크스주의 사상 연구의 권위자로 당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 받는다.
정 센터장은 “1988년 노 전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당시 정치적 위상이 높았던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과 대북정책을 논의하라고 지시했고, 이를 통해 1989년 여·야·정이 합의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가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대해 긍정 평가하는 이유다.
그는 “이처럼 윤 대통령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통일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에게 초당적 대북정책 수립을 주문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센터장은 과거 정권에서 대북정책의 일관성 부족도 지적했다. 그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모두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시기의 남북화해협력 정책을 계승 발전시키기보다는 대북 강경정책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내세웠다. 야당과의 대화를 정례화하며 수시로 만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정 센터장은 문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추진하지도, 전문가들 의견도 충분히 청취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약 0.73%의 헌정 사상 최소의 득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며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신승(辛勝)’은 국민이 그에게 ‘통합’과 ‘협치’를 명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임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를 부정하려 할 것이 아니라 계승 발전시키면서 초당적 대북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