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성주 사드기지’ 주민 반발 여전… 정상화 절차 난항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하려
軍에서 세 차례 공문 보냈지만
주민들 “참여 못 해” 반대 고수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주한미군 사드 기지 정상화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김천 주민들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상경 집회를 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윤석열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추진 중인 경북 성주군 소재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 정상화 절차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5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전날 경북 성주군에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협의회 구성을 위한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세 번째로 보냈다. 국방부는 앞서 지난달 16일 지자체와 환경 관련 기관 등에 평가협의회 구성에 필요한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성주군은 같은 달 24일 공무원 대표 1명을 추천했지만 주민 대표에 대해서는 ‘추천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국방부는 같은 달 27일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두 번째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 기한이던 이달 1일까지 추천이 이뤄지지 못했다.

 

현지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강현욱 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지금까지 협의회에 불참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반환경영향평가는 불법적인 데다 사드배치를 정당화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주민 역시 한마음으로 협의회 구성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사드철회성주대책위원회는 7일 성주군청 앞에서 사드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연다. 이병환 성주군수를 만나 협의회 구성을 거부하라는 입장을 전달한다.

 

군 당국은 지난달 7일부터 사드 기지 내 리모델링 공사를 위한 건축자재 등 반입 횟수를 주 3회에서 5회로 늘렸다. 이 때문에 사드 기지 인근 주민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소성리 주민 김모(70대)씨는 “일주일 중 닷새는 커다란 차들이 도로를 왔다 갔다 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라면서 “정부가 단 한 번의 상의 없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사드를 배치했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이 떠안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드 기지 조기 정상화를 거듭 요구해온 주한미군과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민들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국방부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사드 기지 문제 해결은 주한미군 최대 현안”이라고 할 정도로 주한미군은 수년째 지연된 사드 기지의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성주와 김천 주민들의 반대 기류가 뚜렷한 상황에서 현지 주민을 설득해 협의회에 참여토록 하거나 주민 반대를 우회해서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국방부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문홍식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지역 주민을 참여시키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공문만 계속 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종섭 장관 등 군 수뇌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박수찬 기자, 성주=배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