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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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실천포인트’ 일주일간 사용해보니 [연중기획 - 지구의 미래]

저탄소 상품·서비스 이용하면 현금포인트 지급
회원가입만해도 실천다짐 포인트 5000원
전자영수증·무공해차 대여 접근성 높아
‘탄소중립 실천’ 마중물 기대감

참여 업체 많지 않아 이용 한계… 실효성 의문
지급액의 80%인 8억이 회원가입 축하금
다회용기 서비스는 강남 등 지역 한정
예산삭감땐 제도 연속성 우려도

‘포인트’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환경부가 올해 1월 시작해 반년째 운영 중인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는 민간기업의 탄소배출량 저감 상품·서비스를 이용하면 그 실적에 따라 현금으로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환경부는 “국민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을 이끌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금전적 이익을 ‘미끼’로, 사람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상품·서비스를 더 많이 쓰게 하겠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달 말, 제도 운영 이후 최초로 올 1∼5월 실적을 합쳐 현금 정산이 이뤄졌습니다.

현재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활동은 △전자영수증 발급 △음식 배달 시 다회용기 이용 △무공해차 대여 △세제·화장품 구매 시 리필용기 사용 △그린카드로 친환경제품 구매 △기후행동 1.5도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어린이·청소년 대상) 등 총 6개 부문입니다.

기자는 이들 미끼를 직접 물어 보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일주일간 이들 6개 중 단순 구매행위인 ‘그린카드로 친환경제품 구매’와 어린이·청소년 대상인 ‘기후행동 1.5도 앱 이용’을 제외한 4개 부문 상품·서비스를 차례차례 이용해 본 겁니다. 이 과정에서 접근성·효용성 기준으로 각 상품·서비스에 대해 등급을 매겨 봤습니다.

 

◆실천다짐 - ‘아주 좋음’

4개 부문 활동을 평가하기 이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건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 회원가입’입니다. 엄밀히 말해 ‘탄소중립 활동’이라고 부를 순 없지만, ‘가성비’만 따지자면 회원가입은 ‘아주 좋음’ 평가를 받아야 마땅할 겁니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모으려면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데, 이 절차만 마치면 ‘실천다짐금’이라는 이름으로 5000원이 지급됩니다. 한 해 기준 포인트 상한액이 7만원인 걸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액수입니다. 회원가입 자체로 저감되는 탄소배출량이 사실 ‘0’인데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각 지급액은 탄소저감량·활동 난이도 등을 고려해 설정했다”며 “다만 실천다짐금은 올해 처음 제도를 운영하기에 국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단은 내년에도 실천다짐금을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예산안 확정 여부에 따라 변동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 관심이 있다면 올해 안에 일단 가입해 놓는 게 돈 버는 일일 겁니다.

매월 말 적립된 포인트가 현금이나 카드사 포인트로 정산되는데 지난달 말 최초 지급된 총액 약 9억4800만원(1∼5월 실적 기준) 중 8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8억원 정도가 이 실천다짐금으로 나갔습니다. 6일 오전 기준 탄소중립실천포인트 가입자 수는 17만9000여명입니다.

◆전자영수증 - ‘좋음’

회원가입 이후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활동 4개 부문 중 ‘좋음’ 평가에 가장 어울리는 건 전자영수증입니다. 포인트 정산 또한 1억1500만원 수준으로 이뤄져 4개 부문 중 가장 높은 액수를 기록했는데, 실제 기자가 전자영수증을 이용해 보니 접근성이 다른 활동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았습니다.

그건 대형 유통업체 대부분이 여기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대형마트 전국 매장에서 전자영수증을 통한 포인트 적립이 가능합니다. 이용 방법 또한 비교적 쉬운 편이었습니다. 기자의 경우 서울 시내 이마트와 롯데마트 매장 한 곳씩을 이용했는데, 각 업체 앱을 다운받아 ‘모바일(스마트) 영수증만 받기’를 설정해 놓으니 구매 시마다 저절로 전자영수증이 발급됐습니다.

전자영수증 한 건당 쌓이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가 100원입니다. 전자영수증 정산액을 고려하면 올해 1∼5월에만 탄소중립 실천 목적으로 전자영수증이 발급된 게 모두 115만건이나 됩니다. 보통 종이영수증 한 장당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1∼2g 정도 된다고 하니 같은 기간 1.2∼2.3t 상당의 온실가스 배출을 막은 꼴입니다.

◆무공해차 대여 - ‘좋음’

무공해차 대여도 꽤 쓸 만해 보였습니다. 여기에는 차량공유업체인 쏘카·그린카·피플카 3곳이 참여 중인데, 평소 이 서비스 이용자라면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에 가입하는 게 무조건 이득입니다.

기자는 그린카를 이용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에서 전기차 EV6를 빌렸습니다. 5시간 이용해 총 52㎞를 주행했고 탄소중립실천포인트 5200원(1㎞당 100원)이 쌓였습니다.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땐 주행거리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데 EV6(그린카 기준)의 경우 1㎞마다 70원(대여료·보험료 외)이 듭니다. 1㎞를 달릴 때마다 70원을 내고 100원을 받았으니 결국 1㎞당 30원을 번 셈입니다. 기자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에 가입한 덕에 1560원의 이익을 본 겁니다.

올 1∼5월 실적 기준으로 지급된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중 무공해차 대여 부문 액수는 약 3100만원이었습니다.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참여자가 무공해차로 운행한 거리가 31만㎞가 된다는 뜻입니다. 자동차 제작업체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 기준(1㎞당 97g)을 고려해 계산해 보면 30t 정도의 온실가스가 여기서 저감된 것입니다.

◆리필스테이션 - ‘보통’

용기를 가져가면 화장품이나 세제 등 내용물만 살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은 일단 접근성이 전자영수증이나 무공해차에 비해 떨어졌습니다. 이 부문에 참여 중인 업체는 화장품업체 3곳(지점 기준 서울 3개·경기 5개), 친환경세제업체 1곳,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없애기) 전문점 2곳 총 6곳입니다. 친환경세제업체 1곳의 경우 서울 6개, 경기 4개 총 10개 지점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기자의 생활권에서는 모두 쉬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라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기자의 주거지 500m 반경 안에 리필스테이션 한 곳이 있긴 했지만 거기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였습니다.

결국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참여 업체를 늘리는 게 최선책일 겁니다. 업체가 여기 참여하려면 구매 이력을 한국환경공단에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소요 비용은 2000만∼3000만원 정도라, 기업 규모에 따라 사정이 다를 순 있지만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는 게 환경부 측 설명입니다.

“올해 제도를 시작하면서 업체를 설득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어요. 업체에 직접적인 혜택이 없어서인 거 같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흐름이 있으니까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를 선택지에 올려놓고는 있는데, 실제 참여에 있어서는 템포를 조절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민중기 환경부 신기후체제대응팀장)

기자는 직장·주거지와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제로 웨이스트 전문점 알맹상점(2개 지점)·에코도모(회원사 6개사·총 9개 지점)의 각 지점 한 곳씩을 골라 이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필스테이션이 취급하는 제품군 특성이 이용자를 넓히는 데 장애물이 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화장품·세제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원할 가능성이 높은데, 제로 웨이스트 전문점이 취급하는 제품은 대개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지점의 경우 모두 단일 업체의 화장품·세제만 이용 가능했습니다.

◆다회용기 음식 배달 - ‘나쁨’

다회용기 음식 배달은 접근성 측면에서 난이도가 극악한 수준이었습니다. 현재 다회용기 배달로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지역은 서울 강남구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뿐입니다. 여기서도 모든 배달 앱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강남은 ‘요기요’, 동탄은 ‘배달특급’만 이용 가능합니다. 이곳에 주거지나 직장이 있지 않다면 다회용기 배달 이용은 사실상 불가능한 겁니다.

기자는 다회용기 음식 배달을 체험해 보기 위해 5일 서울 강남구 내 숙박시설을 일부러 이용했습니다. 다회용기 제공 음식점이 제한되다 보니 메뉴 선택 범위가 좁다는 점만 제외하면,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다회용기 반납 과정 또한 간단했습니다. 용기가 담겨 온 검은색 가방 위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니 반납 주소를 입력할 수 있었고, 이후 가방에 용기를 담아 문 앞에 내놓으니 약 4시간 뒤 수거가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말 다회용기 배달에 대해 지급된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총액은 20만원(건당 1000원) 수준이었습니다. 높은 편의성을 고려했을 때 서비스 범위만 확대되면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회용기 배달은 서울시가 요기요와 협약을 하고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서비스입니다. 서울시는 애초 이달부터 서비스 범위를 관악·광진구까지 늘리고 이용 가능한 배달 앱도 확대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이달 중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서비스가 확대된다고 해서 곧바로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지급 대상이 되는 건 아닙니다. 올해 예산 한도와 포인트 지급 추이 등을 살펴야 해 포인트 지급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겁니다. 올해 예산은 24억5000만원입니다. 지금까지 리필스테이션·다회용기 배달에 대해 평하면서 접근성·효용성 제고를 위해 참여 업체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실제로는 예산이라는 벽이 있다 보니 참여 업체나 활동 부문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환경부도 이런 한계에 대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포인트가 탄소중립 실천 확대를 위한 ‘만능키’가 될 순 없단 겁니다. ‘마중물’ 역할을 할 뿐입니다. 결국 지구를 구하는 건 포인트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 취지가 결국 개인의 탄소중립 실천 확산이니까, 특정 상품·서비스 이용이 안착했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레 인센티브 지급이 종료되고 새로운 활동에 그 재원이 투입될 겁니다. 예산 한도 안에서 탄소중립실천포인트가 계속 진화해 마중물 역할을 이어 나가게 되는 겁니다.” (민중기 신기후체제대응팀장)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