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더위’가 한반도를 뒤덮은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폭염과의 사투가 펼쳐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흐름 와중에 무더위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축산농가들은 가축 집단폐사 의심 사례를 접하고 있다. ‘폭염 강타’에 쪽방촌 주민 등 많은 이들이 가혹한 여름 초입을 보내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7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548명, 추정 사망자는 5명이다. 2일에만 115명의 온혈질환자가 보고되는 등 7월 들어 온열질환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 지역별로 5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경기가 113명에 사망자 1명이었다. 경남이 58명에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경북 56명, 서울 43명이었다.
가축농가도 비상 상황에 몰렸다. 일례로 충북 청주시 오창읍 후기리의 한 농가에선 지난달 21일과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돼지 9마리가 죽었다. 돼지는 적정온도(24∼26도)를 넘으면 사료를 잘 먹지 않는 등 성장과 면역력이 떨어진다. 청주시는 돼지가 불볕더위로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부 온도가 1∼2도만 올라도 치명적인 양계장에서도 더위와 사투가 한창이다. 안개 분무로 양계장에 물을 뿌리고 환기시설을 24시간 돌리지만 폭염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이재열(58)씨는 “23년간 닭을 키웠는데, 6월 불볕더위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지자체들은 총력전에 돌입했다.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취약계층과 야외노동자 등을 위한 대책에 행정력이 특히 집중되고 있다. 부산은 노숙인과 쪽방주민 등을 대상으로 생수, 얼음조끼, 쿨매트를 제공한다. 노인·어린이집 영유아·장애인 보호대책으로 경로당과 어린이집에 냉방비를 지원하고, 통학버스 안전운행 시스템 운영에 돌입했다. 경남은 온열질환자 발생 비중이 높은 야외노동자 안전 관리를 폭염 대책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공공분야와 민간사업장에 대한 홍보와 지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공에서 발주한 공사가 재해예방으로 중지되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지체상금 부과 등 불이익 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민간 공사도 공사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을 권고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폭염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거리노숙인·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활동과 시설물 안전조치, 긴급구조·구급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공공근로·건설공사장 노동자의 한낮 시간대(오후 2∼5시) 옥외작업을 중지토록 권고한다. 유연근무제 시행과 휴식시간 보장, 휴게공간 마련 등 이행 여부도 점검한다. 폭염 예방활동 지원 예산을 전년보다 20% 늘린 인천 역시 취약계층 인명 피해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대프리카(아프리카와 대구 합친 말)’로 불리는 대구에선 ‘그늘막 쉼터’와 차열선포장(쿨페이브먼트), 쿨링포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양산 대여소 156곳을 운영하며 진행 중인 ‘양산쓰기’ 운동도 눈에 띈다.
산업현장에서도 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울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10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를 혹서기로 정하고, 직원들이 원하는 기간에 쉴 수 있는 집중휴가제를 운영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롯데케미칼 울산공장도 아이스크림 등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불볕더위 속에 전국 피서지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바다 등 전국 피서명소는 물론,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이순신빙상장이 이색 장소로 급부상해 눈길을 끈다. 휴일 평균 8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이곳을 찾은 가운데 아산시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