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7일 회의를 열고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 관련 징계 심의를 했다. 이 대표는 의혹에 관한 소명을 하기 위해 윤리위 회의장에 들어서기 전 울먹이며 “(당대표가 된 후) 지난 1년간의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고 털어놨다.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그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만큼 이날 하루 종일 당 안팎은 말 그대로 ‘폭풍 전 고요’를 방불케 했다.
이양희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윤리위원들은 오후 7시쯤부터 국회 본관에서 이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등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 등을 논의했다. 김 실장은 앞서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이 불거졌을 때 해당 의혹 제보자인 장모씨를 만나 7억원의 투자 각서를 써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이 위원장은 회의 시작 전 취재진과 만나 “요즘 터무니없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에 의해 기획된 윤리위다, 마녀사냥식 징계, 윤리위를 폐지할 권한이 당대표에게 있다 등의 반응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수사기관의 결정에 따라 당원들이 마땅히 준수해야 할 윤리 강령과 규칙을 판단한다면 스스로 윤리위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윤리위원들은 어떠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오롯이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과 이 대표는 차례로 윤리위에 출석해 소명했다. 김 실장은 소명을 마친 뒤 “충분히 소명했다. 우리 윤리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20분쯤 회의장 앞에 도착한 이 대표는 기자들 앞에 서서 “저에게 제기되는 여러 의혹은 성실하게 소명하겠다. 하지만 사실 지난 몇 개월 동안 기다렸던 소명 기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무겁고 허탈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를 비판하는 세력이 대표 임기인) 지난 1년 동안 그렇게 달려온 저를 보면서 뒤에선 무슨 생각들을 했었고, 뭘 하고자 기다려왔던 건지 궁금하다”면서 “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고도 저는 어느 누구에게도 축하나 대접을 받지 못했으며, 다시 한 번 또 (자신을) 갈아 넣어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난 뒤에도 공격당하고, 면전에서 무시당해야 하는지”라며 작심 토로했다.
이날 이 대표와 김 실장은 윤리위원들에게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오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증거인멸 사실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된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 징계 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라며 “증거인멸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 외에도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김 실장은 또 “장씨에게 7억원의 투자유치 각서를 써준 건 그야말로 호의로 한 것이고,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며 “이 대표 일과 무관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 대표 측은 아직 경찰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가장 약한 징계인) ‘경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윤리위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BBS라디오에서 “정치가 아니라 팩트에 기반해 상식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게 옳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SNS를 통해 “강성보수 지지층의 이 대표에 대한 미움만으로 그를 강제로 끌어내린다면 그야말로 ‘도로 한국당’으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 3명 중 1명은 이 대표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날 나왔다.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4~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33.8%로 가장 많았다. ‘(이 대표의) 임기인 내년 6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23.3%, ‘당 윤리위원회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20.7%, ‘경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17.8%, ‘잘 모르겠다’는 4.5%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