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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별세에 놀란 이낙연 "민주주의 위기… 경계해야"

"일부 지도자 일그러진 성정이 민주주의 위협"
2019년 10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왼쪽)가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축하 사절로 참석한 것을 계기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민주주의가 위기다. 민주주의가 위협받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별세에 애도를 표하며 ‘민주주의 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이 전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내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등 대표적 지일파(知日派)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전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이재명 전 경기지사(현 국회의원)에게 패한 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조지워싱턴 대학에 방문연구원으로 적을 두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통해 “워싱턴 시각으로 8일 새벽 2시 조금 넘어 잠에서 깼다가 아베 총리 피격 소식에 접하고, 그대로 밤을 샜다”고 밝혔다. 이어 “새벽기도에 다녀왔더니 아베 총리 별세 보도가 나왔다”며 “무거운 충격에 짓눌려 다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가 문재인정부의 첫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 일본의 총리가 바로 아베 전 총리였다. 비록 대통령제 국가의 총리와 의원내각제 국가의 총리는 권한이나 책임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국제 외교 무대에서 종종 조우하며 인연을 쌓아왔다. 2019년 10월에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맞춰 우리 축하사절단을 이끌고 방일한 이 전 총리가 아베 전 총리와 가진 한·일 총리 회담에서 “두 나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바로 이 점을 떠올린 듯 “아베 총리의 명복을 빈다”며 “가족과 일본 국민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고인과 이 전 총리의 인연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총리는 “정치외교의 문제에서 늘 생각이 같았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 신뢰는 지키며 지냈다”며 “(아베 총리와) 만남의 기억이 하나하나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했다. 그는 “아베 총리 피격에서 민주주의 위기를 느낀다”며 “우리는 다시 지혜를 짜고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극단세력의 무도한 폭력이나 일부 지도자의 일그러진 성정 등 그 무엇으로도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는 다시 경계하며 결의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