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의 구심점 아베 신조(安倍晋三·68) 전 총리가 전직 해상자위대원 총격에 사망했다.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30분쯤 나라(奈良)현 나라시에서 참의원(상원) 선거(10일)를 앞두고 가두 유세 중 2002∼2005년 3년간 해상자위대에서 근무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가 쏜 총탄을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뒤 심폐정지 상태(심장·호흡이 정지했으나 의사의 사망 판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나라현립의과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병원 측은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가 오후 5시3분 사망했다”며 “상처가 심장에 닿을 정도의 깊이로 병원에 이송됐을 때 심폐정지의 위중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목에 총상 두 개가 있어 병원에서는 지혈과 대량의 수혈을 했으나 심장박동을 다시 살릴 수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야마가미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일 생각으로 (총을) 겨눴다”며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信條)에 대한 원한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총격범 체포 당시 소지하고 있던 일반 총기를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범행도구를 압수했다. 야마가미 집 수색에서는 폭발물로 보이는 것들이 발견됐다. 야마가미는 “여러 개의 권총, 폭발물을 지금까지 만들어 왔다”고 진술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위대한 정치인을 잃었다”며 “동료 의원으로서 많은 시간을 함께한 좋은 친구이기도 했다”며 추모했다. 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중 일어나 만행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임 후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상왕으로까지 불린 아베 전 총리 사망에 따라 자민당 내 역학관계 변화로 향후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베 전 총리를 대신할 만한 후계자가 없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는 힘이 약해지거나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전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과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역임한 일본 역대 최장수 총리이자 우익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자민당 내 대표적 반한(反韓)·강경 인사다. 총리 재임 기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 동아시아에 파문을 일으켰으며 한국과는 과거사 문제로 충돌해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