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은 이 친구가 동네를 청소합니다.”
한국수자원공사 김윤하 차장이 7일 오후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스마트빌리지 내 도로를 지나는 주황색 자율주행 청소로봇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형차 절반 정도 되는 크기의 이 로봇은 스마트빌리지 내 도로를 주기적으로 청소한다고 했다. 김 차장은 “주민 안전을 위해 로봇 앞에 장애물이나 사람이 나타나면 저절로 정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스마트빌리지를 방문한 기자단 중 한 명이 도로를 가로막자 전진하던 로봇이 멈춰섰다. 다만 일반 가정용 로봇청소기가 가구나 장애물을 인지하면 피하듯, 앞을 막아선 기자를 둘러 가는 동작은 보여주지 못했다. 장애물 회피 기능을 포함해 아직 고도화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법규상 주택가 도로에 자율주행 청소로봇을 운영할 수 없다. 스마트빌리지 내 도로의 경우 규제샌드박스로 지정된 터라 직원 1인의 보조 아래 청소로봇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스마트빌리지 내 로봇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단지 내 카페에는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실제 키오스크(무인결제기)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사람 팔 모양을 닮은 바리스타 로봇이 능숙하게 컵에 얼음을 담아 커피머신 위에 올려놓았다. 커피가 다 추출된 뒤 완성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 정도. 김 차장은 “로봇이 혼자 커피를 만들다보니 대량 주문을 소화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 생활양식과 혁신기술이 시험되고 있는 이 스마트빌리지는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인 에코델타시티의 미래 청사진이 집약된 곳으로 보였다. 에코델타시티는 한국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부산 강서구 명지동·강동동·대저2동 일원 11.8㎢(357만평)에 조성하고 있는 수변도시다.
국가시범도시 첫 번째 입주단지인 스마트빌리지에는 지난해 12월 모두 54세대가 입주해 현재까지 53세대가 생활하고 있다. 한 세대의 경우 자녀 교육 문제를 이유로 이사했다. 입주민들은 5년간 임대료 없이 지내는 대신 스마트빌리지에서 생활하며 프로토타입(초기 모델) 제품을 사용하고 축적된 정보를 사업단에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정보가 물 사용량이다. 일반적인 경우 수도요금 책정을 위해 한 세대가 쓰는 물 사용량 전체가 계량되지만, 여기선 세탁기, 급수, 싱크대, 변기, 샤워기, 세면대, 욕조 등 각 용도별 물 사용량이 측정되고 있었다.
김 차장은 “용도에 따라 계량기를 다 따로 부착해 사용량을 확인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용도를 확인하면 언제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한지, 더 정확하게 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 물 공급에 들어가는 에너지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빌리지는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1등급 단독주택 단지이기도 하다. 각 세대 소비 전력이 세대별 태양광 발전 설비, 수열·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100% 자체 충당된다는 뜻이다. 스마트빌리지의 태양광 시설용량은 500㎾(킬로와트) 정도 수준이다. 발전량은 450㎾h(킬로와트시)이고 이 중 100㎾h이 소비되고 200㎾h은 저장된다고 했다. 나머지 150㎾h은 한국전력공사에 공급하고 한전 공급량에서 상계하는 식으로 활용된다.
스마트빌리지가 제로에너지 1등급을 받은 건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발전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에너지 소비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지와 각 세대가 설계·시공됐다. 실제 기자가 체험용으로 마련된 세대에 들어서니 휴대전화 신호가 다소 약해졌는데, 이런 현상이 각 세대의 단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외벽을 두껍게 만든 영향이라고 했다.
스마트빌리지에는 이 외에도 무인택배·실시간 건강관리 등 다양한 기술이 도입·운영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스마트빌리지는 40여개 혁신기술을 주민들이 실제 체험하고 개선에 참여할 수 있는 리빙랩형 주거단지로 운영되고 있다”며 “개선된 기술은 스마트시티 전역으로 확산되고 신산업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