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후보 등록 마감일을 1주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명(친이재명)계와 이재명 의원을 반대하는 반명계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어대명) 기류가 강하지만 친문(친문재인)계가 세가 큰 만큼 친문계 후보로 낙점된다면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당대표 후보군이 거의 확정된 가운데 3명을 남기는 컷오프에서 누가 살아남을지가 관심이다. 이 의원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다른 두 자리 중 하나는 친명계와 대립각을 세운 친문계가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의원 출마를 면전에서부터 말린 설훈 의원이 약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 의원은 친이낙연계 좌장이면서도 이 의원과 가장 대립각을 세워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10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어대명 기류가 강하더라도 당내 최대 지분은 여전히 친명·친문 두 세력이 양분한 상황”이라며 “친문 주자 혹은 대표 반명 주자로 낙점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등 97그룹 주자들이 ‘세대 교체’를 내걸면서도 이 의원 비판에 나선 것도 이러한 구도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對)이재명 구도로 흘러가는 당대표 선거처럼 최고위원 선거도 이 의원과 가까운 후보들과 그렇지 않은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3선 정청래 의원은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했다. 정 의원은 전날 국회 본청 정문 계단에서 열린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 “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당대표를 꿈꿔 왔지만, 이재명 당대표-정청래 최고위원으로 수정해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고위원 도전장을 낸 초선 장경태 의원은 이 의원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친명계인 무소속 민형배 의원 복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박찬대 원내수석부대표가 직을 던지고 이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나설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박 수석은 이날 이 의원의 광주 일정에 동행하기까지 했다.
친문계에서는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과 홍보소통수석이던 윤영찬 의원이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고위원 컷오프를 결정짓는 중앙위원회 구성원들은 광역 기초단체장, 기초의회 의장단 등 이번 지방선거에서 치명타를 입은 인원이 많다. 이 의원 책임론이 적잖았던 만큼 최고위원 선거가 ‘어대명’과는 다른 기조로 흐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한 3선 서영교 의원은 현재 당내 세력 싸움에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고, 지난 대선 경선에서는 정세균 전 총리를 도왔다. 지난 대선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황실장을 지내기도 했다. 계파에 관련해 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의원이 저를 믿었으니 여성 최초로 총괄상황실장을 부탁하지 않았겠나”라며 친명 대 반명 구도와는 거리를 뒀다. 출마 선언 자리에서도 “어느 계파라고 묻는다면 오직 ‘당원 계파’, 오직 ‘국민 계파’라고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서 의원은 최근 당내 3선 의원 모임 자리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추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3선 모임 좌장은 도종환 의원으로 친문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