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피격한 범인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인터넷에서 구입한 부품으로 사제총을 만들어 범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총기 안전지대로 평가받던 일본이 충격에 휩싸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6년 오패산 경찰 총격 살인 사건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인터넷을 통해 사제 총기 제작법을 배워 해외 직구를 통해 총기를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11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과거 자위대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 인터넷에서 구입한 부품으로 사제총을 만들어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그가 검은 테이프로 감긴 사제총을 입수했고, 자택 압수수색에서도 사제 총 및 화약류를 입수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부품을 사서 스스로 권총을 많이 만들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특히 과거 해상자위대에서 임기제 자위관으로 복무한야마가미의 경력은 사제총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2002∼2005년 자위대 소속 당시 소총의 사격과 해체 조립에 대해서 배운 것으로 확인됐다. 자위관들이 매년 한 차례 소총을 다루는 기본 훈련을 받을 뿐 아니라 소총 분해·정비·조립법까지 배우는 것을 고려했을 때 그가 자위대에서 얻은 지식을 범행에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는 경찰이나 군인 외에는 기본적으로 민간인은 권총이나 소총 등 다른 총기류를 소지할 수 없다. 사냥 목적 등으로 산탄총과 공기총을 살 수는 있지만 정신감정이 포함된 까다로운 과정을 허가 통과해야만 한다.
이는 비단 일본 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에서 총기 부품을 몰래 들여와 총으로 만들어 사고판 일당이 적발되거나, 유튜브를 통해 사제 총을 직접 만들어 인명을 살상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6년 10월19일 성병대는 유튜브에서 배운 총기제작법으로 불법 사제총기를 만들어 서울에서 경찰관을 쏴 숨지게 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바로 오패산 경찰 총격 살인 사건이다.
성씨는 당시 서울 강북구 오패산로에서 이웃 2명을 살해하려다 실패하자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났고, 112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사제총기로 살해했다
성씨는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지식으로 사제총기를 만들었다. 비록 나무토막 주위에 철제 파이프를 두른 조잡한 형태였지만 총탄으로 쓴 쇠 구슬이 경찰관의 어깨 뒤쪽을 뚫고 들어와 폐를 관통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최근에는 실제 총과 구분을 못 할 정도의 정교한 사제 총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부품으로 사제총기를 만들고 이를 판매한 일당이 적발된 적도 있다.
당시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외국에서 총기 부품을 위장 수입해 총을 제조, 판매한 혐의로 일당을 입건했는데, 이들은 미국에서 구매한 총기 부품을 장난감이나 자동차 부품으로 속여 한국에 몰래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해 권총 등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올해 초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20대 두 명이 길이 120㎝짜리 총기로 6㎜ 크기의 쇠 구슬을 발사해 주변 차량과 건물 유리창을 파손했다가 구속됐다. 피의자들 은 온라인을 통해 개조된 모의총기를 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에는 장난감 총의 탄속제어 장치를 제거하고 외관을 진품과 유사하게 만들어 중고매매 사이트에 팔려 한 이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총기 제조방법 및 설계도를 인터넷에 게시한 사람에게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서버를 해외에 둔 사이트나 외국인 제작한 게시물은 단속 사각지대에 있다.
이에 해외 유튜버들이 올린 유튜브에서는 총을 만드는 방법과 조립법 등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고, 특히 최근에는 3D 프린트를 이용한 플라스틱 총기 제작법까지도 들여다볼 수 있는 지경이다.
불법 총기 유통을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온라인 기반인 총기 거래 특성상 판매자가 장기간 노출되지 않는 이상 수사기관이 총기류 소지 여부를 판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엔 온라인 단속도 활발하다는 점을 눈치채고 글을 올렸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탓에 인터넷주소(IP)조차 추적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