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앞당겨진 코로나 재유행 공식화…전문가 “6차 확산 시작됐다” 경고

확진자 격리의무 연장…'4차 접종' 대상자 확대 두곤 의견 분분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보건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당초 예상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빨라진 가운데 이대로라면 이달 말 하루 10만명대 확진자 발생도 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유행의 원인으로는 ΔBA.5 변이 확산 Δ여름철 이동량 증가와 실내 감염 Δ접종 또는 감염으로 얻었던 면역력 감소 등이 꼽힌다.

 

뉴스1에 따르면 정부는 유행 감소세 때 풀었던 방역 조치의 강화 여부 등을 고려해 오는 13일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확진자 7일 격리 의무 조치는 그대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백신 4차 접종 대상을 현재보다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데, 이 경우 50대 이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기존 오미크론 대유행 때와 달리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회귀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만2639명 발생해 누적 확진자는 1852만458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1주일 전(4일) 6249명 대비 6444명(103%) 증가했다.

 

주간 단위로 볼 때, 지난 4일 이후 8일째 확진자 더블링(확진자 2배 증가) 현상을 보여 더블링은 2주째 접어들었다. 이날 확진자는 2주일(6월 27일) 3243명보다 9270명이나 늘어 4배 가까운 수준에 달했다.

 

지난 주말(9일)에도 2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한 데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국면으로 전환됐다. 재유행 경고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며 사실상 코로나19 재유행을 공식화했다. 이 경우 6차 유행이 된다.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하루 확진자 규모가 이달 말 10만명, 8월 중순 15~20만명 확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차 유행이 시작됐다. 특히 BA.5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돌파 감염이나 재감염 위험도 굉장히 커졌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유행 대책으로 확진자 격리 의무 조치 연장과 백신 4차 접종 대상자 확대 등을 담은 방안을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거쳐 발표한다. 우선 11일 처음 열릴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자문위원들이 이 내용을 논의한다.

 

과거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정부가 영업시간·인원 제한 등의 고강도 조치를 다시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현 정부는 '거리두기'를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확진자 격리 의무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만 해도 격리기간을 7일에서 5일로 단축하자는 의견이 거론됐으나 확산 국면에 접어든 만큼 격리 기간이 7일로 유지해 위험을 최소화하자는 의견이 우세할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대상을 50대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4차 접종 대상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 시설 입원·입소·종사자들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오후 4차 접종을 하면서 "많은 국민이 4차 접종을 받길 권한다. 정부도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며 곧 범위 확대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조만간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열려 관련 사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50대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데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현재 4차 접종 대상자의 접종률은 31% 정도밖에 되지 않아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국민의 접종 의지가 높지 않으리란 이유에서다. 4차 접종은 BA.5 변이가 주도하는 이번 재유행 국면에서 감염예방 효과보다는 중증화 예방 효과를 기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접종 확대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60대 미만에서 감염예방 효과는 제한적이라 아직 전 국민이 4차 접종받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정 필요해도 지금 예방접종을 받으면 몇 달 뒤 면역력이 다시 떨어질 테니 차라리 2~3개월 지켜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 국민 확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며 "감염을 막아 유행 확산을 억제해 고위험군을 보호하자는 취지인데, 4차 접종은 감염예방 효과가 20%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치고 그 효과도 3개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 전문가들은 감염 취약군과 고위험군의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방역 의료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치료제 활용, 개량된 백신의 접종 검토, 마스크 착용과 격리 의무 등 방역적 수단 활용에 대해 늦지 않게, 과감한 결단을 주문했다.

 

자문위에 참여 중인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 교실 교수는 "면역감소와 변이 등장 때문에 중규모 유행은 불가피하다. 앞으로의 방역 정책은 효과와 비용이 고려돼야 한다. 방역 수준 합의를 위한 과학적 근거도 축적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