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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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칼럼] 공정과 상식이 흔들려서야

尹대통령 지지율 37%로 곤두박질
인사 실패와 측근 리스크 방치 탓
민심 외면 계속 땐 더 추락할 것
‘오만은 독약’ 초심으로 돌아가야

윤석열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는 공정과 상식이다.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온갖 핍박을 받았지만 ‘법대로’와 원칙을 내세워 굴복하지 않았다. 기존 정치인과 다른 뚝심과 용기를 인정받아 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취임 두 달 만에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국정운영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벌써 권력에 취한 것 아니냐는 쓴소리까지 나온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7%로 떨어졌다. 취임 후 처음으로 40% 선이 무너졌고, 한 달 사이 16%포인트나 빠졌다. 국민의힘 지지율(41%)보다도 낮다. 특히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이던 서울·영남·충청, 20대와 6070세대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보수층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건 위험한 신호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년10개월여 만인 2014년 12월 당시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막바지에 처음 40%를 밑돌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2년5개월여 만에 40% 선이 붕괴됐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즈음이었다. 두 전임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어 악재가 불거져도 40%대 지지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팬덤이 없는 윤 대통령이 그럴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반영이다. 정치권에선 국정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지지 동력으로 40%를 꼽는다.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 말 레임덕 수준으로 추락한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핵심 국정 동력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별로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무슨 자신감일까. 국민의 눈에는 오만으로 비친다.

가장 큰 원인은 인사 실패다. 갤럽 조사를 봐도 부정적 평가 이유로 ‘인사’(25%)가 가장 높다.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2%), ‘경험·자질 부족/무능함’(8%)보다 훨씬 많다. 검찰 편중 인사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 지명 탓일 게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연속 낙마와 만취운전 전력이 있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은 ‘인사 참사’ 수준이다. 그럼에도 “과거 민변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나”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고 반박했다.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화를 더 키울 뿐이다.

김건희 여사 등 가족과 측근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김 여사를 둘러싼 ‘사적 수행’ 논란이 잇따르자 그의 활동을 공적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 당시 “배우자 역할만 하겠다”고 한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외가 6촌이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사실이 드러나자 윤 대통령은 “함께 선거운동을 해 온 동지”라고 감쌌다. 이래서야 측근들이 직언을 할 수 있겠나.

더 우려스러운 건 지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복합 경제위기 충격이 너무 커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정부를 뒷받침해야 할 여당 상황은 최악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중징계를 둘러싼 집안 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다 해먹는다”는 우려가 귀에 안 들리는 모양이다.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지난 5년간 특별감찰관 부재가 초래한 부작용을 윤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말이다. 특별감찰관을 뒀다면 대통령실에 친척이 근무하거나,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민간인 신분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동행하고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했을 게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게 더 문제다.

윤 대통령의 지난 두 달간의 행보는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났다. “문재인정부를 보며 ‘오만은 독약’이란 걸 잘 알게 됐다”고 말하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나. 대통령의 능력은 지지율로 판명 난다. 전 정권 탓만 하는 건 프로가 아니다. 민심을 어기고 성공한 정치인은 없다.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다시 공정과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