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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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없는데 서서히 우회전 하면 되죠" 경찰에 묻기도 [새 도로교통법 첫날]

12일 '보행자 보호 강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계도기간이라 당장 벌점이나 범칙금 부과 안해
법 바뀐 사실은 알지만 내용 숙지 못해 단속에
어린이보호 횡단보도도 단속…시민들 "좋은 변화"

"기본은 간단합니다. 사람이 있으면 멈추라는 거고 사람이 없으면 가되 우회전 만큼은 서서 확인하고 가자는 거죠."

 

12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 이날부터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확대하는 등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혜화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일시정지하지 않고 곧바로 우회전하려는 승용차 운전자들을 멈춰 세운 뒤 창문을 통해 안내서를 배부했다.

 

단속된 운전자 대부분은 법이 바뀐 사실은 알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숙지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앞차를 따라서 그대로 우회전 하다 단속된 차량도 있었다. 교차로 단속 지점 건너편에서는 차량이 줄줄이 멈추지 않고 우회전을 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경찰에 단속된 운전자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계도 기간임을 안내받고 경찰관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들었다. 경찰청은 제도 시행 한 달을 계도·홍보 위주의 안전 활동 기간으로 지정했는데, 이날 경찰 단속도 바뀐 법을 알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부터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에 보행자가 '통행하는 때'뿐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까지 포함된다.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만난다면 일단 멈췄다가 가는 것이 안전하다.

 

구체적으로 ▲횡단보도에 발을 디디려고 하는 경우 ▲손을 들어 횡단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횡단보도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올 경우 등에 일시정지 의무가 생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 및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차를 멈춘 뒤 건너려는 보행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보행 신호가 녹색이더라도 지나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지선이 있는 횡단보도의 경우 정지선에 서면 되고, 없는 경우엔 운전자가 보행자를 발견한 시점에 서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30분께부터 인근 서울대 사범대 부설초 앞에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주변 일시 정지 단속도 진행했다.

 

이날부터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주변에선 신호등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때 역시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서자 서행을 하던 택시기사 안모씨는 차량을 세운 뒤 단속 경찰관에게 "보행자가 아무도 없으면 서서히 가도 되냐"고 물었다.

 

경찰관은 "일단 섰다가 서서히 진행하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서행과 일시정지의 차이점에 대해 운전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씨는 "이렇게 계도해주니 정확히 알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단속을 지켜본 직장인 김모(38)씨는 "보행자가 없는데도 앞 차가 가지 않을 때는 뒤에서 '빵빵' 했었는데 앞으로는 그러면 안 되겠다"며 "멈추고 확인하는 건 불편하지 않고 보행자 입장에서도 안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도로 오른 편에서 단속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왼편으로 정지하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단속은 계도에 목적이 있는 만큼 경찰이 범칙금이나 벌점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안성근 혜화경찰서 교통과 경위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운전자가 많다"며 "앞으로 한달간 계도기간을 거치는 만큼 이 점 잘 숙지하시어 교통법규를 준수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