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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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도 못 받고 연예인 갑질까지… 연예계 종사자 ‘겹설움’

기획사·스타일리스트 업체 근로실태 조사

12개사서 총 55건 노동법 위반
주52시간 미준수·계약서 미작성
성희롱 예방교육도 실시 안 해
고용부, 해당업체에 시정 지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예인이나 매니저 ‘갑질’이 비일비재하지만, 제재하거나 고발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대부분 참고 넘어갑니다.”

 

고용노동부가 연예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 실태 설문조사에서 ‘패션 스타일리스트’의 업무를 보조하는 근로자가 작성한 답변 내용이다. 당국이 연예매니지먼트 분야를 대상으로 근로 감독 및 현장 근로자의 고충을 조사한 결과 노동법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근로자들의 심리적 피해도 상당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13일 고용부가 발표한 연예매니지먼트 분야 12개사(연예기획사 2곳, 스타일리스트업체 10곳) 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연예기획사에서 12건, 패션 스타일리스트 업체에서 43건 등 총 5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감독 대상은 규모를 고려해 선정됐다. 각각 가요계와 배우계에서 매니저를 포함해 직원이 가장 많은 곳들이다. 스타일리스트 업체들은 감독 대상인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사실상 도급관계로 일하는 곳이다.

 

기획사들은 주52시간 근무제를 지키지 않았고, 1600만원에 달하는 연장근로수당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시간 근로는 물론 그에 따른 보상도 지급하지 않은 채 근로자들을 혹사한 셈이다. 3개월마다 열어야 하는 노사협의회도 열지 않았다. 근로자의 처우 개선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배경이다. 아울러 업무 특성을 고려해 운영하는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마저도 사용자가 지명한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면서 근로자 측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실제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울 경우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한 시간 등을 근로시간으로 정하는 것이다.

 

스타일리스트 업체에선 패션 어시스턴트와의 근로계약서 미작성, 임금명세서 미교부 등이 적발됐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단 한 곳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런 열악한 근무환경 실태는 고용부가 기획사 로드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를 대상(140명 중 69명 응답)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관련 설문에서 매니저 24.1%(13명)와 어시스턴트 20%(3명)가 “1주일에 52시간 넘게 일한다”고 답했다. 업계 종사자들이 연예인 일정에 맞춰 과로를 무릅써야 하는 현주소를 보여준다. 어시스턴트 중 20%(3명)는 직장 내 괴롭힘 경험 및 성희롱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었다.

 

이번 조사대상이 흔히 알려진 대형 연예기획사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예매니지먼트 현장 종사자의 노동환경 개선에 초점을 둔 감독이어서 사업장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번 감독 결과에 대해 시정지시를 하고, 3개월 뒤 확인 근로감독을 벌일 계획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