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해 50대 이상과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으로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하지 않는다. ‘과학방역’을 강조해 온 윤석열정부가 출범 후 처음 내놓은 코로나19 유행 대응책으로, 백신·치료제를 활용한 고위험군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조치는 없고, 4차 백신 접종 확대는 백신 회의론이 커진 상태라 참여율이 높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위험군 백신 접종·치료제 투여 확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에 따르면 4차 접종 대상에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장애인·노숙인 시설 등 감염취약시설 입소자가 추가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차 접종은 코로나19 중증을 예방할 수 있다”며 “정부는 대상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강력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18일부터 당일접종·사전예약이 가능하다. 3차 접종 후 최소 4개월이 지났거나, 감염 후 완치 3개월 이후 접종할 수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을 맞는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 부스터샷 효능이 검증되면 활용 백신은 늘어날 수 있다. SK바이오는 이날 스카이코비원 기본접종 후 3차 접종 시 중화항체 양이 2회 접종 직후와 비교해 2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팍스로비드 등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보다 많은 고위험군이 처방받을 수 있도록 기존 호흡기환자진료센터·상급종합병원 외 오는 20일부터 종합병원(327개소), 병원급(692개소) 등에도 공급된다. 다음 달부터 일반·집중 관리군 구분을 없애고, 집중관리군 일 1회 모니터링을 안 하는 대신 모든 확진자들은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대면·비대면 진료를 받는 체제로 정비한다.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는 해제 시 유행의 확산세를 부추길 수 있어 당분간 유지한다.
거리두기는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현 의료체계로 일 확진자 14만6000명까지 감당 가능할 수 있고,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이 낮으며, 백신과 치료제 등 ‘무기’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치명률이 증가하는 등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면 감염 취약계층을 겨냥한 ‘선별적 거리두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병상은 재유행 시 확충… 4차 접종 참여 관건
정부가 고위험군 보호에 나선 것은 신규 확진자의 ‘더블링’(주 단위 두 배 증가)이 연일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만266명으로, 두 달여 만에 4만명을 넘었다. 파주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환자 112명 등 128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됐다. 정부는 전파력이 지금보다 41.5% 높아질 경우 9월16일, 20만6600명 규모로 재유행이 정점을 지날 것으로 전망했다. 위중증 환자는 1200∼1450명, 사망자 수는 90∼100명대로 예측됐다.
정부는 유행이 확대되면 요양병원·시설은 면회 제한과 종사자 주 1회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감염관리를 강화하고, 병상 1400여개도 추가 확충한다는 계획은 세워놓았다.
진단검사 확대 계획은 이날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병원 코로나19 검사 시 본인부담이 생기고, 격리 생활지원금도 축소돼 검사를 피할 수 있기에 무료 PCR 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4차 접종 대상 확대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 60세 이상 4차 접종률도 대상자 대비 35.7%에 불과하다. 50대 이상 누적치명률이 0.04%(평균 0.13%)로 높지 않고, 지금 백신이 BA.5 변이에 효과가 떨어져 접종이 저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를 못하면 민생에 피해를 안 주는 3T(검사·추적·치료)라도 강화해야 유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텐데 새로운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주일 새 2.5배↑… 심상찮은 학생 확진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일주일간 학생 확진자도 직전 주보다 2.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주간 학생 확진자가 네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5주 만이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1주(5∼11일) 유치원생, 초·중·고등학교 학생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1604명으로 전주(6월28일∼7월4일) 8812명보다 2.5배 늘었다. 일평균 학생 확진자는 같은 기간 1259명에서 3086명으로 증가했다.
1주간 학생 확진자는 3월 둘째 주 4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5월 셋째 주(5월17∼23일)엔 1만명대(1만7675명), 6월 첫째 주(5월31일∼6월6일)엔 6000명대(6206명)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확산세로 돌아서면서 △6월14∼20일 5219명 △6월21∼27일 5376명 △6월28일∼7월4일 8812명 등으로 매주 확진자 규모가 커졌고, 이번에 2만명대까지 올랐다.
최근 1주간 학교급별 확진자는 초등학생이 1만477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6127명, 고등학생 4202명, 유치원생 723명, 특수학교 학생 등 75명 순이었다. 직전 주와 비교했을 때 △고등학생 2.8배(1510명→4202명) △중학생 2.7배(2274명→6127명) △유치원생 2.5배(289명→723명) △초등학생 2.2배(4716명→1만477명) 늘었다.
전체 확진자 중 18세 이하 비율은 21.8%로 직전 주보다 2.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최근 1주간 직원 확진자도 2580명으로 직전 주(1282명)의 2배가 넘었다.
다만 교육부는 당분간 등교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학교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방학에 들어간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기존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2학기 학사·방역 체계 부분은 방학 기간에 정리해 학교 현장에 안내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감염 상황을 보고 방역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BA.5보다 더 센 ‘켄타우루스 변이’에 긴장
코로나19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 바이러스 BA.5보다 면역 회피력이 한층 강해진 ‘켄타우루스 변이’(BA.2.75)가 해외에서 확산해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5월 초 인도에서 처음 발생한 BA.2.75의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BA.2.75 확진 사례가 국내에서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영국, 미국 등 10개국에서 나타났다.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의 세부 변이로 이전 변이들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수인 ‘켄타우루스’라는 별칭이 붙었다. BA.2.75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일어난 변이가 기존 오미크론 변이나 세부 계통보다 많다. 더 많은 돌연변이 탓에 돌파감염이나 재감염 가능성도 높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바이러스학자인 톰 피콕 박사는 “돌연변이가 한꺼번에 일어나면 일종의 ‘와일드카드’(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며 “BA.2.75는 BA.5의 뒤를 이어 확산을 주도할 잠재 후보”라고 전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BA.2.75를 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
이날 WHO는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