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동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강남 집값까지 흔들리며 하락장 속 '깡통 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사례가 지방을 넘어 수도권 외곽까지 확산되면서 그 여파가 서울 중심부까지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뉴스1과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66.3%로 나타났다. 기타지방(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은 75.4%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지만, 수도권(서울 54.7%·경기 65.4% 인천·66.1%)은 비교적 낮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통상 전세가가율이 8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의 위험성이 크다고 해석한다. 이 경우 집값이나 전셋값이 떨어지면 세입자는 전세 계약이 끝난 뒤 전세보증금을 떼이거나 제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집값이 약세로 돌아서며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임대차법으로 전셋값이 급등했는데,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다. 평균 전세가율은 80% 이하지만, 이미 지방 저가 아파트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김해시 부곡동의 A 아파트의 전용면적 80㎡ 9층 전세 매물은 1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2주도 지나지 않아 같은 동 10층 매물이 1억4950만원에 팔렸다. 사실상 같은 시기 매매가격보다 550만원 높은 가격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경북 포항시의 B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4월 1억2000만원에 팔렸지만, 바로 다음 달인 5월 1300만원 비싼 1억33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지방보다 평균 전세가율이 낮은 수도권에서도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거래가 이어졌다.
경기도 평택의 C 아파트는 지난달 전용 59㎡ 전세 매물이 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매매 거래는 이보다 1000만원 싼 1억8000만원에 이뤄졌다. 남양주시의 전용 60㎡ D 아파트는 지난 5월 전세가 2억5000만~3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매매가격은 최저 2억7000만원에 신고됐다.
부동산R114가 올해 1~6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매매·전월세 가격을 분석한 결과, 기간 내 매매 및 전세 거래가 한번씩이라도 있었던 경우는 2만9300건, 이중 해당 주택의 평균 전셋값이 평균 매매가격을 추월한 사례는 2243건(7.7%)로 조사됐다. 지방에서 1714건(76.4%)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수도권도 529건으로 23.6%에 달했다.
평균 전세가율이 50%에 불과한 서울에서도 비교적 저가인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초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하는 거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포구의 한 나홀로 단지 전용 32㎡는 지난달 11일 2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그런데 일주일 뒤인 18일 같은 면적이 전셋값보다 1000만원 낮은 가격인 2억5000만원에 팔렸다. 강남구의 소형 주상복합 단지에서는 전용 17㎡가 지난달 2억3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같은 면적 매물은 올해 2월 전셋값보다 2500만원 싼 2억5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서울 도심까지 깡통전세가 광범위하게 확산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집값이 하락했더라도 2년치 오른 것에 비해서는 낙폭이 큰 편이 아니고, 대부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매매가격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KB부동산 조사 결과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992만원, 평균 전셋값은 6억7792만원으로 6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깡통전세 현상도 당장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면 깡통전세 규모가 늘어나 세입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지역까지 깡통전세 위험이 확산할 가능성은 희박하나, 최근 수도권까지 소형·저가 아파트 위주로 위험 단지가 확산하고 있다"며 "주거 여건이 열악한 계층이 피해를 볼 우려가 커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