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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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프로게이머들의 병역면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겜박싱]

BTS 논란에 소환된 e스포츠 프로게이머들의 병역특례
BTS 못지 않은 인기로 롤드컵서 위상 높인 LCK 게이머들
항저우 아시안 게임서 e스포츠 정식종목 채택으로 ‘숨통’
e스포츠를 보는 부정 인식과 공정성 의문 시선 넘어야

최근 BTS(방탄소년단)의 입대를 둘러싼 논란이 정국을 강타했습니다. 국회 원구성 난항으로 병역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9년 동안 쉴 새 없이 정상을 향해 달려온 BTS는 사실상 입대를 결정한 모양입니다.

 

이번 BTS의 군면제 논란과 관련해 또 다른 측면에서 기대를 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들입니다. 대중가요 연예인들과 비슷한 20대 시기 정상에 오르는 대한민국 프로게이머들은 BTS 못지않은 인기와 성과로 국위선양을 해왔습니다.

 

이번 겜박싱에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으로 군면제 기회를 얻게 된 대한민국 프로게이머들의 병역특례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2018아시안게임 e스포츠 국가대표 출정식. 한국e스포츠협회 제공

◆BTS 못지않은 글로벌 인기,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위상

 

리그오브레전드(롤)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들어보지 못한 분들도 프로게이머인 ‘페이커’는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해외언론에 따르면 소속팀인 T1으로부터 최대 71억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알려진 페이커(본명 이상혁)는 광고와 방송 등에 출연하며, 게임을 하는 유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진 셀럽입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야구선수 못지않은 그의 연봉에서 알 수 있듯, 롤은 전 세계 많은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입니다.

 

2016년 기준 월 플레이어 수 1억명 이상을 달성했고, 2019년 8월 기준 하루 전 세계 서버의 피크 시간 동시 접속자 수를 합치면 800만명 이상이죠. 전 세계 e스포츠 대회 중 가장 많은 시청자 수 기록을 보유 중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과 각 지역 리그 등 수많은 e스포츠 대회가 개최 중입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공식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동시 시청자 수만 7300만명을 넘는 글로벌 축제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이른바 롤드컵에서 한국 프로게이머들의 위상은 정상급입니다.

 

총 11회 개최된 롤드컵에서 T1을 비롯해 담원 등 LCK팀들은 LEC(유럽연합)과 LCS(북아메리카) 등 팀들과 경합해 총 6번을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지난 2018 시즌에는 LCK 팀이 아쉽게도 8강에서 모두 탈락했지만 2020 시즌에는 3년 만에 또다시 담원 게이밍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역사상 최고의 팀을 전 세계 팬들이 투표한 결과 지난 2015년 T1이 최고 팀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2015년 T1은 ‘마린’ 장경환, ‘벵기’ 배성웅, ‘페이커’ 이상혁,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 ‘이지훈’ 이지훈 등의 멤버로 국내 리그인 LCK 스프링과 서머를 모두 제패했고, 특히 서머 정규리그에는 17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습니다. 롤드컵에서도 한 세트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전무후무한 성적으로 ‘소환사 컵’(우승컵)을 들어 올렸죠.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 드디어 군 면제 기회

 

하지만 모든 스포츠인이 그렇듯 이들에게도 전성기는 있습니다.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롤을 비롯한 e스포츠 게임들은 육체적 능력을 비롯해 집중력, 전략적 능력 등이 필요합니다. 프로게이머들은 정확도, 반응 속도, 멀티태스킹 능력이 필요하고, 오랜 팀플레이 연습으로 실력을 끌어올립니다.

 

20대가 전성기인 이들에게도 군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이들을 위한 국군체육부대(상무)의 e스포츠팀 창단 논의도 있었지만 주무부처인 국방부와 병무청의 소극적인 태도로 현재는 답보상태입니다.

 

상무에 e스포츠 팀을 만든다 해도 과연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전성기 시절 공군 ACE(에이스) 등 프로게이머들이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팀들이 존재했지만 당시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에 선수가 연루되고,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해체수순을 밟은 적이 있습니다.

 

이에 많은 프로게이머가 자의반 타의 반으로 현역시절 입영연기를 하며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가다 은퇴 후 입대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e스포츠 정식 정목 선정은 이들에게 단비같은 이야깁니다.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 당시 페이커 이상혁이 참가한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팀은 은메달을 획득한 만큼 이번에도 메달권이 유력하기 때문입니다.

 

롤뿐만 아니라 하스스톤, 도타2, 몽삼국, EA스포츠 피파 등 e스포츠 종목에 총 6개의 메달이 걸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예술 체육 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습니다.

 

페이커 이상혁. LCK 제공

◆재현되는 e스포츠를 보는 두 개의 시선

 

하지만 이들이 받을 수 있는 병역특례는 일시적입니다. 주최국과 아시안게임을 주도하는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는 아시안게임마다 시범 종목 및 정식종목을 채택하고 있고,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이들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부 아시안게임 등 국제스포츠대회에서 e스포츠의 정식종목화를 반대하는 인사들은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사의 마케팅이라고 주장합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과거 “스포츠란 육체 활동임을 고려해야 한다”며 “아직 e스포츠가 제대로 된 스포츠인지 100% 확신할 수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현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자본과 IT기술 등의 변수가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e스포츠는 인류 공통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체육문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들의 주장처럼 IT기술을 통해 성장한 e스포츠는 IT로 인해 경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지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마하카 스퀘어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중 대만과 파키스탄의 롤 대회는 서버와 렉 등 기술적인 문제로 경기가 중단됐고, 한국과 중국의 경기 중 현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프로게이머들의 병역특례 적용 시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불거지는 공정성 시비도 문제입니다.

 

BTS의 병역특례 적용 논란과 관련해 한국갤럽이 지난 4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상대로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에 관해 물은 결과 BTS의 병역특례를 반대하는 의견이 33%나 나왔습니다. 대중예술인과는 기준이 다르지만, 팬덤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e스포츠도 일반인들의 관점에서는 유사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민적 공감대는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법에 의해 병역특례를 적용받는 사람은 한해 45명 정도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형평성 논란 등을 의식해 축소되고0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손흥민이 대체복무를 위해 봉사활동을 강행할 정도로 대체복무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엄격합니다.

 

글로벌 인기만큼이나 주목을 받는 우리나라 프로게이머들의 병역특례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적어도 세계 모든 인류가 IT 기술의 격차에서 벗어나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고, e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에서야 우리나라 대표 프로게이머들의 병역특례 문제도 비로소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