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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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사의 표명…“EU에 손실”

연립 내각 구성, 안정적 국정 운영 평가
최근 오성운동 반발에 연정 붕괴 위기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 사임 반려
사임 시 유럽 전역에 정치적 혼란 예상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AP연합뉴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 드라기 총리의 사임이 현실화하면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중대한 시기에 유럽 전역에 정치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14일(현지시간)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이날 이탈리아 최대 원내 정당이자 현 연정의 주축인 오성운동이 260억유로(약 34조원) 규모의 민생지원 법안과 연계된 상원의 내각 신임투표를 보이콧했다. 오성운동의 대표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전날 밤 신임투표를 보이콧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내각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드라기 총리는 끝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드라기 내각은 지난해 2월 출범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정당에도 속해 있지 않은 드라기 총리는 좌우 연립 내각을 구성했다. 그런데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생계비 지원 법안 등으로 오성운동이 반발을 표출하면서 연정 붕괴 위기를 맞았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드라기 총리의 사임을 반려했다. 드라기 총리는 20일 의회에 출석할 예정이며, 이때 신임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BBC는 신임투표 결과 총리가 유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폴리티코는 드라기 총리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 EU의 에너지 위기 등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 EU 3위 경제 대국을 안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사임을 반려하긴 했지만, 내홍이 계속되면 그 여파가 EU 전체로 뻗어 나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상원의원들이 정부의 260억 유로(34조2천376억 원) 민생 지원책 법안에 대한 상원 신임 투표에 연립정부의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이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이끄는 연정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AP연합뉴스

중도우파인 ‘포르자 이탈리아’ 정당의 안토니오 사코네 상원의원은 연정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정 붕괴는 유럽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차라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호의를 베푸는 게 나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리가 결국 사임하면, 이탈리아는 2023년 봄에 예정된 선거를 앞당겨 올가을께 치르게 된다.

 

드라기의 사임은 EU에도 타격이 될 전망이다. 정치 컨설턴트인 울팡고 피콜리는 치솟는 물가와 에너지 위기 등 해법을 논의하는 데 드라기의 부재가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라기 총리는 친EU, 친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성향에 더해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미국이 제안한 원유 가격 상한제를 강하게 지지하며 EU의 우크라이나 제재에 힘을 싣기도 했다. 피콜리는 “그는 유럽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직접 얘기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의 부재는 유럽에 손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