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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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 걸리면 정부 지원금도 없고 회사서도 격리 시 연차 소진 처리”

"이제 확진되면 아까운 연차 써야"…휴일 선별진료소 바글바글
17일 서울 용산구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체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만342명이라고 밝혔다. 1주 전 같은 요일(10일·2만410명)보다 2배 많은 수치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충분한 재택치료 기간이 주어지지 않거나 심지어 연차를 사용해야 한다는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정부의 지원도 축소된 상황이다 보니 "이럴거면 진작에 걸렸어야 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주말에도 선별진료소가 북적이고 있어 임시선별진료소 재개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서는 업무 과중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료진들이 늘어나고 있다.

 

17일 뉴스1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매주 일요일(토요일 발생) 기준 확진자 규모는 6월 19일 6065명→6월 26일 6238명→7월 3일 1만46명→7월 10일 2만397명→7월 17일 4만342명의 흐름을 보였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일요일 기준 신규 확진자가 약 6.7배 급증했다. 신규 확진자는 7월 들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7월 3일 1만46명에서 10일 2만397명으로, 17일에는 4만342명으로 2주일 연속 '주간 더블링(확진자가 두 배씩 늘어나는 추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와 회사의 지원이 감소하면서 직장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올 여름 처음 코로나에 감염된 직장인 정모씨(27)는 "걸릴 때 다 걸리는 게 낫지 요즘 같은 시기에 걸리면 정부 지원금도 없고 회사에서도 격리하면 연차 소진으로 처리한다"며 "아직까지 걸리지 않는 친구들에게 최대한 걸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구로구 직장인 이모씨(27)는 "지난달 코로나에 재감염됐는데 오전에 반차를 쓰고 병원에가서 확진 판정받았다"며 "하필 그날이 회사 결산 날이라 집에도 못 가서 밤 11시까지 일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에서도 경각심이 떨어져 그냥 아파도 일하라는 분위기"라며 "확진되면 1일 공가를 주는 것도 이제야 감염자가 늘어나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과거 감염되면 일주일간 집에 머물며 재택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재택근무'를 강요받는다고 호소한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선별진료소도 다시 붐비기 시작했다. <뉴스1>이 이날 서울시가 제공하는 '스마트서울맵'의 '선별진료소 혼잡도 현황'을 파악한 결과 용산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붐빔(대기시간 60분 내외)', 구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는 '혼잡(대기시간 90분 이상)'이었다.

 

이날 낮 12시 기준 512명이 검사자들이 구로구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이는 지난주 일요일 하루 458명이 찾았던 것과 비교해서 훨씬 상회한 수치다.

 

구로구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여름을 맞아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며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해외여행도 많이 가다보니 주말에 국내로 복귀하는 검사자들이 몰려 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임시선별진료소가 사라지면서 보건소 진료소밖에 남지 않아 업무가 가중된다"며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름을 맞이해서 다시 또 재유행 기미가 보이자 끝나지 않은 감염병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예측한 여름철 감염자는 20만명대지만 훨씬 많은 30만명대를 기록할 수 있다"며 "임시선별소를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 뙤약볕에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검사자들끼리 재확산 역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리두기는 최후의 보루일 수 있지만 늘어나는 감염자를 막지 못하면 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의 코로나19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