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47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노사가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이번 주가 교섭 타결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 노사 입장차가 여전한 만큼 큰 성과 없이 한주가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1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대표,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사 등 4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4자 협의는 지난 15일부터 진행된 후 4번째 마련된 노사 대화 자리다.
4자 협의 첫날에는 노사 상견례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그 다음날인 지난 16일부터 노사가 본격 협의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큰 진전은 없다.
하청지회는 최근 수년 동안 조선업 경기 악화로 사실상 줄어든 실질 임금을 제대로 반영해달라며 임금 30% 인상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협력업체 대표들은 원청업체도 수년 동안 임금이 동결됐거나 1%대에 그쳤다며 반박했다.
또 120여명이 파업 중인 하청지회는 전체 노동자 대비 파업 참여율이 1%대에 불과해 하청노동자 대표성을 띠고 있다고 볼 수도 없을뿐더러 하청지회를 제외한 나머지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직원들은 이미 4.5~7.5% 수준으로 임금 인상안에 동의했다면서 현실적으로 무리한 수준이라고 맞서왔다.
노사는 이번 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고 있지만 이날 현재까지 노조는 임금 인상 폭을 낮춘 양보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한 발 물러서 양보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하청지회가 요구하는 수준이 이미 합의한 다른 협력사 인상 폭보다 커 조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노사와 원청노사 모두 이번 주에 교섭이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
23일부터 사실상 원청이 2주가량 하계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하청지회 입장에서는 파업 동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으며, 사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손실을 하루라도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19일 예정된 원청노조의 기업별 노조 전환 여부도 이번 교섭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청노조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같은 금속노조 소속인 하청지회 파업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자칫 내부 분열로 비춰질 우려 때문에서다.
하지만 하청지회 파업 장기화에 금속노조가 나서줄 것을 호소했지만 결국 원청도 휴업에 나서는 등 상황이 달라지는 게 없자 독자노선을 타겠다고 나선 것이다.
만약 원청노조가 기업별 노조로 전환되면 이번 4자 협의에 참여할 명분이 없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지회의 총회 요구가 ‘내부 규약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법원의 판단도 하청지회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의 점거 농성은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쟁의 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퇴거하지 않으면 1일당 3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청지회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노사 모두 대외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하청지회 파업 여파가 거제지역 경제에도 미칠 우려에 지역 상인과 시민들의 시선이 하청지회에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하청지회 파업 사태와 관련해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특정 현안에 대해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후 4시30분 기재부, 법무보, 행안부, 고용부, 산업부 등 5개 부처 명의 공동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 담화문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힐 것으로 예상돼 대화의 물꼬가 트인 하청노사 교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