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원톱 체제 흔들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권 직무대행의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한 해명을 둘러싸고 당내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 불화설에도 휩싸이면서 권 직무대행의 ‘리더십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다.
19일 국민의힘 내에선 권 직무대행의 ‘9급 공무원 발언’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내 최다선(5선) 정우택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권 직무대행을 겨냥해 “당을 대표하는 사람은 품격에 맞는 발언을 해야 한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당을 대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권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 지인의 아들이 대통령실 사회수석실에 채용된 것과 관련해 “내가 추천한 인사”라고 해명하며 “7급에 넣어 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다”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자칫 9급 공시족(공무원 시험 준비생)분들에게 상처를 일으킬 수 있는 말들”이라며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청년들께 본의 아니게 본인의 표현과 달랐다는 것을 다시 언급하고 납득을 구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사과 표명을 촉구했다.
장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말씀이 무척 거칠다. 국민들은 말의 내용뿐 아니라 태도를 본다”고 권 직무대행을 직격한 바 있다.
권 직무대행은 “사적 채용이 아니고 공적 채용이란 말을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의 많은 의원이 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권 직무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야권에선 ‘용궁’이라는 용어를 쓰며 사적 채용을 비판하고 있다’는 지적에 “거기에 대해선 더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2030세대와 공시족들에게 박탈감을 일으켰으니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당내에선 ‘권성동 원톱’ 체제의 ‘리더십 리스크’가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직무대행 체제는 당헌·당규에 부합한다”면서도 “(정권 초기) 6개월의 기간에 당이 비상체제 혹은 임시체제로 가고 있는 것이 과연 정국 운영에 적합한 것이냐”며 ‘조기 전당대회론’을 띄웠다. 차기 당권을 위한 장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 연대설’에 대해선 “저는 김장 담그는 소재가 아니다”며 “김기현이라고 하는 상품 자체로서 정치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장 의원은 다만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권 직무대행 체제는 이미 의원총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권 직무대행 흔들기에 다소 거리를 두는 스탠스를 보였다.
차기 당권 주자들의 세력화 행보가 권 직무대행 체제의 잠재적 불안 요소라는 지적도 있다. 김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20일 각각 당내 모임과 토론회를 열며 세 불리기에 나선다.
당 안팎에선 권 직무대행과 장 의원의 불화설 등 당내 권력투쟁 양상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 자신이라는 생각들부터 버려야 한다”며 “부질없는 공치사는 그만하고 윤석열정부를 성공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적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CBS 라디오에서 권 직무대행과 장 의원을 겨냥해 “(내부 싸움은) 아무래도 문 닫아걸고 하는 게 낫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 이참에 ‘내로남불’ 프레임 되갚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사적 채용 의혹을 집중 타격하며 논란 키우기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시절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며 민주당에 덧씌워진 ‘내로남불’ 이미지를 윤 정권에 돌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SBS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정’과 ‘상식’이란 구호를 내걸고 조국 수사했던 분이 정작 대통령실 구성은 비슷하게 한 걸로 보여 국민들이 많이 실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과거엔 국회의원이 되면 친·인척을 많이 썼지만 국민들이 볼 때 문제라고 해서 기준을 정해 지금은 쓰지 않는다”며 “국회보다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대통령실에선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단 건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것”이라고 맹공했다.
박주민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입장을 바꿔 놓고 한번 생각해 보라. 제가 저희 지역 선관위원 아들을 압력을 행사해 청와대에 채용시켰다면 그분들(여당)이 가만히 있었겠나”라며 “말이 안 된다며 당장 들고일어나서 난리 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적 채용 논란은 ‘국민 호도 프레임’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여당의 태도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인사문란 윤석열 정권 규탄한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적 채용 논란을 직격하는 발언도 쏟아졌다. 윤영찬 의원은 전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문재인정부까지 포함한 대통령실 채용 전수조사를 제안한 데 대해선 “물타기”라면서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적 채용 논란이 제기된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의 아들 주모씨에 대해“정권교체에 공헌한 대선캠프의 핵심 인재”라며“대선 캠프에서 희생과 봉사를 하고 정식 채용된 실무자들을 사적 채용이라고 하는, 들어본 적 없는 프레임으로 호도하는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헌신한 청년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광주 MBC는 윤 대통령의 검찰 재직 당시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인연을 맺은 주 전 후보의 아들 주씨가 현재 대통령 부속실에서 6급 직원으로 근무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