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70년 전 자국에서는 멸종한 치타를 외국에서 들여와 인도의 야생동물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해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치타는 한때 중동부터 인도까지 아시아의 넓은 지역에 분포했으나 지금은 아시아 국가 중에선 오직 이란에만 서식한다.
20일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오는 8월 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비아에서 치타 8마리를 들여올 예정이다. 나미비아는 고양이과 맹수들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치타, 사자, 표범 등이 많이 사는 나라다.
이들은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州)에 있는 쿠노팔푸르 국립공원으로 보내져 인도의 자연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는다. 쿠노팔푸르 국립공원은 앞서 치타 복원 계획을 세운 인도 환경부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답사한 끝에 치타 생존에 가장 적합한 지역으로 선정한 곳이다. 2020년 인도 대법원이 치타 복원 사업을 허가한 뒤 정부는 2년간 착실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인도는 과거 치타 중에서도 ‘아시아치타’로 불리는 종(種)이 서식했으나 사람들의 포획 및 사냥, 개발로 인한 서식지 축소, 그리고 부족해진 먹잇감 등 여러 복합적 이유로 1952년 멸종됐다. 인도가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포유동물이 멸종한 것은 치타가 유일하다.
과거 인도에 살았던 아시아치타는 오늘날에는 이란에만 서식한다. 그것도 극소수여서 이란 정부는 현재 12마리 정도만이 야생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치타가 멸종한 1952년 이후 인도 정부는 이란에서 아시아치타를 들여와 복원하는 사업을 오랫동안 추진했다. 하지만 자국 내에도 몇 마리 안 남은 귀중한 치타를 외국에 보내는 것을 꺼리는 이란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교섭이 지지부진하다가, 1979년 혁명으로 이란 왕정이 무너지고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공화국이 들어서며 협상은 완전히 끝장나고 말았다.
아시아치타를 단념하고 아프리카에서라도 치타를 갖고 오자는 결단을 내린 건 올해가 인도 독립 75주년이란 점이 큰 계기가 됐다. 부펜데르 야다브 인도 환경부 장관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인 치타를 복원함으로써 영광스러운 인도 독립 75주년을 기념하고, 또 우리나라 생태계의 역동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타가 최상위 포식자 기능을 하는 안정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최고 시속 113㎞를 낼 수 있는 치타는 사냥은 곧잘 하지만 번식력이 약하고 힘에서 사자, 표범 등 다른 맹수들한테 밀려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중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으로, 현재 야생에서 살아가는 치타는 7000마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