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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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 강 으르렁대는 민주노총·정부… 막바지 타결 가능성도

민주노총 지도부 “공장 안 수십 대의 경력 배치된 상황”
정부 강경한 입장… 경찰, 사태 장기간 방치 어려워
시위 길어져 노노간 갈등 조짐도…원청 근로자 불만 쌓여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건조장을 점거한 하청지회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한 파업이다. 노동계와 정부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모양새다. 다만 임금 인상률과 관련해 일부 협상이 이뤄지면서 막바지 타결 가능성도 엿보인다.

 

21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는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용산 대통령 집무실까지 행진하며 “야만적인 자본 중심의 사업전환을 꺾고 노동중심의 산업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다”며 “금속노조는 18만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힘차게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구 삼각지역으로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금속노조는 이날 집회에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농성장에 공권력 투입하면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노동자들의 생존 짓밟는 정권은 절대로 노동자들과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며 “우리의 일자리를 지키고, 대우 하청 노동자들을 지켜내는 것이 민주노총의 존재 이유다.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날 거제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서도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어 “대우조선과 정부는 대화와 합의를 통한 조속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끝내 공권력 행사로 파국을 만들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진행된 결의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4800여명, 거제에는 약 6000명이 모였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2013년 쌍용차 해고자 복직 촉구 등 굵직한 사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한 ‘희망 버스’도 거제를 향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67개 단체는 오는 23일 거제 파업 현장에 집결할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공권력 투입시 정권 퇴진 운동까지 불사할 기세다. 정부가 회사 정상화와 시위자 안전을 위해 공권력 행사를 시사하면서 대정부 투쟁을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옥포조선소 서문 앞 기자회견에서 “공장 안에 수십 대의 경력이 배치된 상황”이라며 “공권력이 투입되는 순간 윤석열 정권의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노총은 정부가 앞으로는 교섭을 하면서 뒤로는 공권력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50일째인 21일 경찰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내부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정부는 강경한 입장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라며 “산업현장 노사관계에 있어 불법이 방치되거나 용인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빨리 불법행위를 풀고 정상화시키는 게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이 이처럼 강한 의지를 보인만큼 경찰로서도 이 사태를 장기간 방치하기는 어렵다. ‘공권력 행사’ 없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경찰의 조선하청지회 간부에 대한 4차 출석요구 기한이 22일까지고, 23일부터는 대우조선해양이 여름휴가에 접어든다. 이 때문에 파업이 대화로 풀리지 않는다면, 조만간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노노간 갈등 조짐도 보인다. 민주노총이 대우조선을 볼모로 한 장기 시위에 나서면 이에 대우조선 근로자들이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총파업 결의대회에 맞서 20일 대우조선 종사자 수천명은 사내에서 “우리 일터를 지키자”는 손팻말을 들고 파업 중단 촉구 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소속된 대우조선 근로자들은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고, 21일 오후 현재 70%가 넘는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와 협력업체 측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 협상은 극적 타결 기대감이 높았지만 손해배상 소송 취하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진은 21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 뉴스1

막판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당초 하청지회의 요구사항은 임금 30%, 상여금 300% 인상 등 처우 개선이 핵심이다. 이들은 조선업이 장기간의 불황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노동자들의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상황이 이어져 최근 5년간 하청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30%가량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불황의 터널을 지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저가 수주를 해야 했다. 이 때 2차, 3차 하청업체들이 비용의 상당 부분을 떠안아야 했고, 노동자들은 힘든 시절을 보냈다. 특히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사정은 국내 조선 3사 중 가장 안 좋았다.

 

하청 노동자들은 이제 상황이 좋아졌으니,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하청업체 측은 급격한 임금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었다. 현재는 노측도 양보해 임금 4.5% 인상에 접점을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기에 파업·농성으로 발생한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문제가 아직 또 다른 쟁점으로 남아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