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주민참여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기로 하자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전날 시는 내년 주민참여 예산을 올해의 절반인 100억원으로 축소한다는 공문을 5개 자치구에 보냈다.
시는 올해 주민참여 예산으로 200억원을 편성해 자치구에 82억원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100억원 중 45억원을 자치구에 지원할 방침이다.
대전시가 지원하는 예산이 대폭 줄면서 자치구에서 추진하는 상당수 주민자치 사업이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자치구는 이미 결정된 내년도 사업 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이날 긴급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시 관계자는 “올해 말이면 대전시 부채가 1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지방채를 조기에 상환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올해는 정상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내년엔 절반 수준에서 내실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시민사회단체는 대전시의 일방적인 주민참여예산제 축소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1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논평을 내고 “주민참여예산제는 지역의 실질적인 주인인 주민이 권한을 직접 행사하는, 지방재정법에 근거한 제도”라며 “자치단체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해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주민참여예산제는 2007년 대전시에 도입된 이래 민관 협력속에 성장해왔다”며 “예산의 우선순위 선정을 거쳐 지금은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주민이 예산을 직접 제안하는 것까지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그러나 이장우 시장은 하루아침에 어떠한 논의과정도 없이 주민참여예산제를 축소했다”며 “공식적으로는 재정여건의 어려움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주민참여예산제는 성격상 별도의 예산을 책정하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방재정의 투명성, 공정성,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를 재정여건이 어렵다고 축소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지역의 주인인 주민의 권한을 별도의 논의 과정없이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것 자체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선 8기를 주민의 의견청취나 참여를 배제한 채 이장우 시장의 일방적 지시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이장우 시장은 주민자치와 재정민주주의, 지방재정의 효율적 운영과 거버넌스의 구현이라는 필요하에 15년 가까이 소중하게 키워온 주민참여예산제 축소를 철회하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