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저는 남경필도 아니고 이재명도 아니다”라며 전임 지사와 차별화된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기본시리즈’ 등 전임 지사의 정책에 대해선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되, 내용 측면에선 일부 변화를 예고했다. 또 1조4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놓고 대치 중인 야당과의 관계 설정과 관련, “원칙까지 깨면서 기존 정치의 길을 따라가진 않겠다”며 ‘정치 교체’를 강조했다.
◆“자존심 버리고 낮은 자세로…원칙은 깨지 않아”
김 지사는 22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취임 첫 간담회에서 야당과 대치 상황을 해소할 방안을 묻는 말에 “정치적으로 풀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김동연의 자존심’ 같은 건 없다. 진정성을 갖고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도의회와 대화로 풀겠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력 면에선 ‘초짜’인지 모르겠으나 원칙까지 깨면서 기존의 바람직하지 않은 길을 따라가진 않겠다. 더불어민주당 정치교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늘 당의 반성과 기득권 깨기를 주장했다”며 ‘정치적 야합’에는 선을 그었다. 최근 경제부지사직 신설 조례 공포와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의 경제부지사 내정, 추경안 제출 등을 놓고 도의회 야당인 국민의힘과 마찰을 빚은데 따른 것이다.
김 지사는 “도의회가 개원을 못 하는 상황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되지만 겸손한 자세로 계속 대화하겠다”고 했다. 이어 “제가 스스로 정치 교체를 주장한 사람이고 대선 어젠다를 만든 사람”이라며 “(도의회 야당에) 조직개편에 있어 필요하다면 가을에 할 때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드리고 추경을 심의하면서 더 필요한 사업이 있으면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 교체를 거론하는 과정에선 지난 대선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네거티브’와 ‘비호감’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어젠다가 대선에서 논의가 됐느냐”며 “(그러다) 막판에 정치 교체와 국민통합 주장이 나왔다”고 했다.
김 지사는 전임 이재명 지사의 민선 7기와 비교해 정책적 지향점과 좌표가 일부 달라질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기본소득·기본금융 등 기본시리즈의 이름을 바꿀 의향이 있는지 묻는 말에 “정책의 안정성을 위해 이름을 바꾸는 건 굉장히 신중히 해야 한다”며 “지금은 바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정책의 내용적 측면에선 일부 변화를 예고했다. “기본소득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선 상당히 검토가 필요다”며 과거 경제부총리 시절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 견지했던 비판적 시각을 일부 되살렸다.
◆“기본시리즈 명칭 바꾸지 않지만, 상당한 검토 필요…농촌 기본소득은 예의주시”
그는 “기본소득에는 보편성, 현금성, 정기성을 포함한 다섯 가지 전제가 있다”며 “4차산업혁명과 기술의 발달로 일하는 소수와 일 안 하는 다수라는 미래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게 기본소득인데, 지금 경기도에서 하는 기본소득이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청년수당이나 농촌수당도 제한적 범위일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모든 분께 다 드릴 수 없는 만큼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임 지사의 정책을 승계할 것이냐고 묻는 것도 간단하게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임 지사가 했던 청년과 농민에 대한 기본소득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제 임기 안에 예술인에게 주는 새로운 정책수당도 추가해 제한적 범위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천군 청산면에서 전 주민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인 농촌 기본소득에 대해선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제적으로도 일종의 테스트베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져 예의 주시해 보고 있다”며 “흑백논리와 진영논리의 프레임을 벗어나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최근 도정자문회의 의장에 도지사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염태영 전 수원시장을 위촉한 것을 두고는 “지방행정과 분권, 시민단체나 직능단체와의 협력관계, 혁신성과 진정성 부분에서 많이 존경하는 분”이라며 “정중하게 부탁드렸고 고맙게 수락해주셨다”고 말했다. 또 염 전 시장이 이끌 자문회의는 10명 이내로 구성해 위원마다 역할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전 지사 시절 임명된 공직자나 산하기관 간부들에 대해서는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경기도 안에서 임기가 정해진 자리에 계신 공직자분들을 그만두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