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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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본격 시동 걸리나?

주52시간·임금체계 개편 착수…추진 과정 난항 예상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연금·노동·교육개혁을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내세워 '속도전'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장·차관 워크숍에서 특히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 핵심 개혁과제에 대해 "국민이 우리 정부에게 명령한 사항"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해온 3대 분야 개혁이 단순히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라 '국민의 명령'에 따라 임기 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할, 다시 말해 '능력주의'를 내건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그동안 '개혁'의 발목을 잡아 온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거나 완화한다는 기조 아래, 경제·산업과 연계한 효율성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과제 이행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금, 노동, 교육개혁은 장기적 관점에서 분야별로 우리 사회의 체질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일인데다, 이해 당사자들간 이견도 많아 추진 과정이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개혁은 새 정부 출범 직후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첫 주요 과제로 받아 드라이브를 걸고 있듯이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미 윤 대통령으로부터 "예전 것은 다 버려라", "경제 부처라고 생각하라" 등 강력한 주문을 받고 반도체 관련학과 신·증설을 통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풀어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키우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과제를 실행하는 것이 교육개혁이라고 본다"며 "반도체 인재양성과 관련해 '경제부처처럼 일하라'는 주문을 받았듯이 기존 마인드를 바꾸고 개방적으로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처럼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강화하고 법안 마련 등을 통해 구조 개선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정과제에서 대학 평가 개편, 사립대학 구조개선지원 특별법 추진을 비롯한 대학 규제 혁신, 학생 수요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 유도, 대학의 창업 지원 강화 등이 제시된 대로다.

 

창의력, 디지털 리터러시, 문제해결력 등 미래역량 중심으로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 인공지능(AI) 기반의 학력 진단시스템으로 맞춤형 학습 지원, 초·중등의 소프트웨어(SW)·AI 교육을 필수화 등 초중등 교육개혁도 포함된다.

 

지난 5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조직부터 교육콘텐츠까지 미래 시점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직무대행이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교육개혁과 관련해 교육감 직선제를 언급한 부분도 주목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추진이 정책·사안별로 공정성·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학과 정원 규제를 풀기로 하자 곧장 지방대학의 위기를 부추길 것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고, 초·중등교육 재원 일부를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쓰는 쪽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을 추진하기로 하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새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에서 그 시급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분야다.

 

이런 가운데 이날 21대 국회 후반기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개혁의 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대선 후보 시절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장기재정 전망에 기반해 국민연금 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고 '공적연금 개혁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도출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 4월에는 윤 대통령이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3대 개혁과제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재정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의 2018년 제4차 재정 추계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은 2042년 적자를 내기 시작해 2057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개혁은 개혁 방향을 놓고 여야와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차가 크다는 점에서 빠르면서도 밀도 있는 추진이 중요하다.

 

개혁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국민연금기금 재정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후세대를 위해 더 내고(보험료) 덜 받는(소득대체율)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으로는 재정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당장 낮은 노후소득 보장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국회 차원의 특위로 개혁 논의의 첫 단추가 끼워지게 됐지만, 국민이 납득하는 개혁을 위해서는 논의의 틀을 관련 학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으로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야 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2차례 후보자 낙마 끝에 공석인데다, 개혁을 뒷받침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공석인 상황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걸림돌이다.

 

'주 52시간 근무' 제도와 임금 체계 개편으로 요약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도 계속 추진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브리핑에서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거쳐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 단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당시 "'주 단위' 초과근로 관리 방식은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제도적으로는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 방법과 이행 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업무량이 많을 때 초과 근무를 하고, 초과 근로시간을 저축한 뒤 업무량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제도다.

 

임금체계 개편 방안은 연공(여러 해 근무한 공로) 등을 토대로 정해지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연공성이 강하다.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의 2.87배에 달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불과 3년 뒤인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5%로 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된다"며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에는 이 같은 근로시간,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이하 연구회)가 발족했다.

 

교수 12명으로 구성된 연구회는 앞으로 4개월간 운영된 뒤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과 정책 제언을 정부에 제시할 예정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