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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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칼럼] 尹대통령 ‘공정·상식’ 초심 잊지 말아야

대통령실 사적채용·이준석 징계…
잇단 논란에 대통령 지지율 급락
與도 ‘낡은 보수정당’ 회귀 조짐
지난 정부 실패의 길 답습 안 돼

최근 대통령 지지율이 가파르게 하락하였다. 집권 초기가 무색할 정도로 지지율이 30% 초반에 불과해 민주당은 집권 말기의 권력 누수인 ‘레임덕’이라고 과도한 공세를 펴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동력으로 개혁과 변화를 기대했던 국민은 암울한 앞날에 대한 걱정이 크다. 불과 수개월 전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층과 장·노년층, 심지어 영남 유권자들조차 실망하며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의 집권 브랜드는 ‘공정’과 ‘상식’이다. 그러나 취임 후 지난 75일 동안 공정과 상식은 국정운영의 실천 가치로 존중받지 못했다. 어쩌면 벌써 보수 승리의 시대정신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지난 정부는 자신들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불공정한 ‘내로남불’ 언행으로 상식을 파괴해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이는 대선 패배로 귀결되었다. 민주당 정권은 자치단체장들의 연이은 성(性)비리, LH사태와 조국 사건처럼 불공정한 반칙으로 청년과 여성 및 소외계층의 반감을 샀다. 하지만 이제 공수가 바뀌어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공정과 상식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학

지난 75일간의 짧은 임기 동안 대통령은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논란 속에서도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었다. 또 국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탈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고 매일 출근길에 약식 회견을 열어 언론과 국민에게 직접 정책을 설명하는 탈권위주의 행보로 지지를 받았다. 또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상호존중의 한·중 관계, 상호주의 남북관계 등 당당한 외교를 지향했고 취임사에서 밝힌 자유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기업 친화적 규제 완화, 원자력발전 생태계 복원 등을 추진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의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이에 대한 해명 과정은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원인이 되었다. 9급 공무원에 대한 그의 내재적 인식과 스스로 채용 압력을 넣었다고 대담하게 밝힌 것은 대통령과 여당의 집권 가치인 공정과 상식을 크게 훼손하였다. 또한 이에 대한 장제원 의원의 강한 공개 비판은 핵심 측근끼리의 권력 투쟁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임기 단기간에 만들어낸 대통령의 성과를 한순간에 지워버린 어이없는 돌발변수다. 얼마 전 불거진 당내 친윤(親尹) 그룹 주도 모임인 ‘민들레’ 결성을 둘러싼 갈등과 이준석 대표의 징계 후 당 지도체제 방향성에 대한 그들의 불협화음 또한 보수의 집권 가치를 흔든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이 대표 징계 또한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일조했다. 당이 징계를 처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핵심 권력이 30대 젊은 정치인을 용도 폐기 처분한 모양새다. 성접대 의혹 무마 교사 혐의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은 불가피했다고 보지만, 채용 비리로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난 두 전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3개월에 비해, 경찰 수사 중임에도 이 대표에 대한 6개월 징계는 다소 과했다고 본다. 최근 조원씨앤아이의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가 1위를 차지한 것은 2030 돌풍의 주역인 이 대표의 중도 확장성과 정당·정치 개혁 추진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공과 2024년 총선 승리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 대표의 빈자리가 대통령 측근의 거친 언행과 권력 투쟁으로 채워지고 국민의힘이 낡은 보수정당으로 회귀할 조짐이 보여 안타깝다. 공정과 상식의 초기 집권 가치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를 철회한 중도층이 돌아갈 공간은 점차 좁아지고 강성 보수층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우려된다. 강성 지지층에 에워싸여 팬덤 정치에 의존한 지난 정부 실패의 길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국민의 삶은 나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당선 확정 후 윤 후보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 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살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하였다. 정권 교체 열망에 담겼던 공정과 상식의 가치는 물론이고, 모두가 하나인 국민을 위한 협치와 통합의 가치를 강조했던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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