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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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계 늦춰라”… 글로벌 석유사들 몸부림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기후 위기 시대 ‘화석연료’ 퇴출 1순위
이해 상충 논란에도 IPCC 저자 참여
일각 ‘믿을 만한 에너지’ 강조 움직임도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석유는 정말 ‘좌초산업’이 될까. 화석연료는 불을 붙이는 순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숙명을 타고났기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 퇴출 1순위로 꼽힌다. 몇 년 전부터 미국 엑손모빌과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로열더치셸, 프랑스 토탈 등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잇따라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하는 건 ‘이대로 가만있으면 큰일 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사진=AP연합뉴스

위기감이 큰 만큼 탄소중립 시계를 늦추려는 의지가 강한 곳도 석유기업이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3실무그룹 저자 명단을 보면 무스타파 바비케르 사우디아람코 수석 분석가가 총괄저자로, 아서 리 셰브론 수석 전략 고문이 검토편집자로 이름을 올렸다. 석유업계 종사자가 탈화석연료를 이야기하는 IPCC 보고서에 깊이 관여한 것이다.

당시 영국 일간 가디언은 ‘IPCC: 대형 석유회사가 길을 비키면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문가의 말을 빌려 “석유산업 내부자의 참여는 견딜 수 없는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에너지 위기를 맞아 화석연료를 에둘러 옹호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BP는 ‘북해산 석유·가스’ ‘장기 에너지 안보’라는 표현을 앞세워 “에너지 안보에는 역시 영국 기업”이라고 호소하는 광고를 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일주일간 BP가 집행한 페이스북 광고비는 22만파운드(약 3억4000만원)로, 2위 국제구호위원회(IRC)보다 6배나 더 많았다. 셰브론은 역시 페이스북과 구글 광고에서 “치솟는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미 남부 셰일 오일·가스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의 시추를 15% 늘린다”며 “‘믿을 만한’ 에너지 수요에 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