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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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는 눈물이 없다?…"관심사가 조금 다를 뿐 더 잘 운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기록적인 흥행 대박을 터트리면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자폐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퍼지면서 오해를 낳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폐는 울지 않는다’. 연일 화제를 일으키는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우영우가 자신을 버린 모친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도 눈시울만 붉히다 자리를 떠난다. 이처럼 자폐 스펙트럼일 경우 눈물이 없는 이유가 “타인에 대한 공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전문가에 따르면 잘못된 정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8화 중 주인공 우영우(왼쪽사진·박은빈 분)가 자신을 버린 생모 태수미(진경 분)를 만나 대화하는 장면.  ENA 제공

자폐 스펙트럼이 의사소통 등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한적인 관심사, 동일 행동 반복, 빛이나 소리 등 감각적 자극에 반응 등 행동이 감정 부재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의 감정은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우영우처럼 사회적 관계 맺음은 어렵지만 지능은 높은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는 오히려 더 잘 운다.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에 따른 차별, 괴롭힘을 받으면 속상함이나 좌절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영을 배울 때도 어떤 사람은 한 번에 배우는 반면, 일부는 팔, 다리, 머리 하나씩 움직임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폐 스펙트럼은 사회성을 이렇게 하나씩 배우는 사람이다. 상대의 감정을 읽고, 사회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질 뿐,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영우가 드라마에서 고래만 보면 좋아하는 장면에서 나타나듯 감정을 느끼는 관심사가 조금 다를 뿐”이라며 “똑똑한 애들일수록 또래에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고 더 괴로워하고, 더 잘 운다”고 설명했다. 

 

자폐에 대한 또 다른 오해가 “우영우처럼 지능이 높은 경우가 실제로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어른이 됐을 때 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사람부터 일반인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이나 시지각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증상과 기능 수준이 다양하고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른다. 드라마 속 김정훈 같은, 지적 장애를 동반한 자폐 스펙트럼이 50∼80%를 차지하지만, 지능지수(IQ)가 낮지 않은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도 전체 자폐의 20∼30%를 차지한다. 영화 ‘레인맨’의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처럼 한번 본 것은 다 기억하는 ‘천재적인 능력’을 갖춘 ‘서번트 스킬’의 경우도 간혹 있다. 

김효원 교수 

김 교수는 “환자 중 한명은 연도를 대면 미국, 영국 등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읊을 정도로 암기력이 뛰어났다”며 “다만, 자폐 스펙트럼 환자의 경우 관심사를 일상생활이나 직업적으로 의미있게 쓸 수 있는 경우가 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기능 자폐 스펙트럼은 20∼30%지만, 이런 서번트 스킬을 가진 경우는 간혹 있다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며 “자폐는 조기에 발견해 집중 개입하면 예후가 달라지는데 최근에는 18∼24개월 사이에 자폐 스펙트럼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아지며 고기능 자폐의 비율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