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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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탈북 어민, 국내 수사·법으로 살인죄 처벌 가능했다”

중앙지검, 3년 만에 ‘티타임’ 부활
“귀순 목적과 귀순 의사는 구별해야”
‘강제 퇴거 위법’ 대법 판례도 거론

신임 北인권대사 “강제북송 위법”

전국 최대 검찰청 서울중앙지검의 ‘티타임’(비공개 브리핑)이 부활했다. 2019년 1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없앤 지 약 3년 만이다. 다만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격 및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등 굵직굵직한 사건 수사와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나 수사상 지장을 이유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서울 서초구 청사에서 1시간 동안 티타임을 가졌다. 검찰은 이날 두 사건 수사 과정에 대해 “필요한 시점에 소환 조사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거나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최근 귀국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피고발인 조사 등 수사 진행 또는 진척 상황,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서울고법에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지 등 수사 계획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다만 검찰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에 대해선 위법 소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북한 해외 공민증을 가진 사람은 외국인이란 입증이 없는 이상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 퇴거하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국민 기본권을 법률상 근거 없이 제한하거나 침해했다면 위법한 게 아니냐”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또 귀순 목적과 귀순 의사, 귀순 의사와 귀북 의사를 구별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다양한 의미로 해석해 달라”며 구체적 답변은 피했다.

 

강제 북송을 문재인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일반론적으로 대법원이 긴급조치 관련 사건에서 통치행위 역시 법치주의 원칙상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것만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고 지적했다. 두 탈북 어민의 살인 혐의를 국내법으로 수사해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형사재판 관할권 관련 법리적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며 “과학수사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유죄 선고를 받을 수 있었던 사건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두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할 가능성은 차단했다. 공수처법 24조 2항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하면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는데, 고발 사건은 인지 사건이 아니라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북한인권대사)로 임명된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해 “적법절차 없이 강제 송환한 건 국제법과 국내법 모두 위반한 것”이라며 “탈북민의 망명이나 귀순 의사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이참에 그걸 명문화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진영·이종민·김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