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국민투표를 제외하는 방향으로 개헌 요건을 완화하자고 제안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뒤, 국민투표까지 부치는 경성헌법이 35년째 개헌을 못 하게 막은 걸림돌이 됐다는 취지다.
김 의장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절차를 어렵게 만든 것은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안 좋다”며 “재적의원 3분의 2가 동의하면 개헌을 할 수 있는 연성헌법 방향으로 가는 것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2차 세계대전 이후 69년 동안 헌법을 60번 고쳤다. 어떤 때는 한 해에 네 번을 고쳤다”며 “우리는 개헌 절차도 복잡한데 국민투표도 거쳐야 하니 개헌이 일종의 블랙홀이 됐다. 역대 대통령들도 당선 전에는 개헌해야 한다고 하다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현행 헌법을 ‘몸에 맞지 않는 옷’에 비유하며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국회로 옮기는 것 등은 여야가 합의해 먼저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 반대로 개헌특위를 만들기부터 쉽지 않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개헌이) 블랙홀이 아니라 국정 모멘텀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 자리에서 개헌을 요구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헌을 포함해 모든 정책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여야 갈등 기폭제가 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는 “시행령으로 만들어지며 논란이 많다”면서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적 통제가 균형을 이루는 제도를 만들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여야를 향해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한편, 정부를 향해서도 “국회와 더 많이 대화하고, 야당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야에는 진영정치, 팬덤정치와의 결별을 강조하며 “소수의 극단에 끌려다니는 정치는 정당과 국민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다. 각 정당의 지도자들이 책임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