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금감원, 이상 외환거래 1년전 경고… 외국인 귀환 덕에 7월 코스피 5% 상승 [한강로 경제브리핑]

금융감독원이 1년여 전에 국내 시중 은행에 이상 해외 송금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가상화폐 관련 이상 해외송금이 수조원대에 달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1일자 경제면을 통해 금감원의 1년전 주의당부에도 이상 외환거래 정황을 놓치지 못한 은행권에 대해 다루었다. 아울러 7월 한 달간 5% 넘게 오른 코스피 상승원인을 점검하고 8월에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지 여부도 따져보았다. 

 

사진=뉴스1

◆금감원 이상 외환거래 1년전 경고…은행권 대응 ‘도마에’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4월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이상 거래에 대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외환 담당 부서장을 상대로 화상회의를 열고 주의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특히 외환거래법상 확인 의무, 자금세탁방지법상 고객 확인제도,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를 확인하는 강화된 고객확인(EDD) 제도 등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금감원이 이미 하나은행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 거래가 벌어진 일을 지난해 3월 발견한 것도 이런 당부의 배경이 됐다. 실제로 금감원은 당시 하나은행의 3000억원대 이상 외환거래를 검사해 올해 5월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5000만원에 정릉지점 업무의 일부를 4개월 정지시켰다. 그러나 시중은행에서 다시금 4조1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 거래(신한은행 2조5000억원, 우리은행 1조6000억원)가 확인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금감원의 거듭된 경고에도 외환 송금의 수수료 이익 때문에 관련 조치에 미온적인 것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2021년 이후 신설 업체 중 외환송금액이 5000만달러 이상이면서 자본금의 100배 이상인 경우 등에 이상 정황을 자체 파악에 보고하라고 각 은행에 요청한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비정상 거래 정황이 드러날 소지가 있다. 관련 점검대상 거래규모는 7조원에 달한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은행 직원들의 횡령 등 잇따라 적발되는 금융관련 사건 역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리은행 본점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 대금 등 약 700억원을 빼돌린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무엇보다 충격파를 준 건 해당 직원이 2019년 10월부터 13개월 동안 외부 기관에 파견을 간다고 허위 보고한 후 무단결근을 했는데도 은행 내부에선 최근까지 감쪽같이 몰랐다는 점이다. 은행 직원에 대한 기본적인 복무점검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부랴부랴 은행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상 외화송금 업체 추가 확인 시 검찰 등 관련 기관에 대한 통보와 관련 법규 위반의 경우에 대한 엄중 조치 등을 경고하고, 경영실태평가에 사고예방 내부통제 평가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관련 규정에 대한 엄단의지를 밝혀도 뾰족한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에 벌어진 횡령 사건 등은 결국 은행 직원 개인의 윤리 준수에 달려있다”며 “은행 내부적으로 아무리 방법을 동원해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귀환 덕에 7월 코스피 5% 상승…8월엔?

 

코스피가 7월 한 달 동안 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도 모처럼 외국인이 2조원가량 순매수 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증시 반등 기대감에 7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올해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코스피는 2451.5로 마감해 7월 한 달간 5.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17% 상승한 뒤 계속 하락세를 걷다 넉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코스닥도 7월 한 달간 7.8% 올랐다.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 2조3215억원을 순매수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두 차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됐지만, 외국인 매수세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코스피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매수세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시장 반등 기대감 속에 공매도 거래대금도 감소하고 있다. 7월 한 달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3641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 4000억원 아래였다. 불법 공매도의 주범은 외국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불법 공매도로 과태료·주의 조치를 받은 127명 중 외국인은 119명(93.7%)이었다.

 

전 세계 주요 증시 상승세에 견줘 코스피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G20(주요 20개국) 대표 지수 중 코스피는 7월 상승률이 12위에 머물렀다. 호주(9.45%)와 미국(9.11%), 프랑스(8.87%), 인도(8.54%) 증시가 8∼9%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나스닥 지수는 12.4% 상승했다. 7월 뉴욕 증시 3대 지수 상승률은 202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전 세계 증시 반등에 대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정점 통과 기대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전환 기대감, 기업 실적 호전 때문으로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악재가 대부분 소화된 만큼, 8월에도 소폭 상승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8월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보면 하단은 2300선 안팎, 상단은 2500∼2600 안팎이 대부분이었다. KB증권은 “명목가격과 실질가치 사이의 괴리인 ‘화폐 환상’ 때문에 명목가격으로 나타나는 기업실적은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이는 단기 베어마켓 랠리를 이끌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아직은 증시 바닥을 논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