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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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파이터’ 한은 총재 “기준금리 0.25%p씩 점진 인상이 적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25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도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총재는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현재로써는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의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9∼10월에 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당국의 예측을 벗어날 경우 또 한 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의 여지도 남아있다. 이 총재는 “해외 요인에 큰 변동이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2∼3개월 지속한 뒤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보고, 이대로라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예상을 벗어나면 정책 폭과 크기는 그때 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며 “이 경우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자 부담 등 서민 고통을 키우는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의 지적에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를 잡지 못하면 국민의 실질 소득이 더 떨어지고, 이를 향후 뒤집으려면 더 큰 비용이 수반된다”면서 “어두운 마음으로 금리를 통해서라도 물가 상승세를 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 수준이 2∼3%면 국민이 물가 상승을 느끼지 못하고 경제활동을 하지만 6∼7%가 되면 (상승세가) 가속화된다”며 “안타깝지만 거시적 측면에서는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약계층 문제는 경제부총리께서 말씀하신 대로 재정을 통해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현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이라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이) 2분기 성장률이 0.3% 정도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소비가 많이 늘어 0.7%를 기록했다”며 “아직까지 국내 경기는 크게 나빠지지 않은 상황으로, 내년 성장률이 2%보다 낮을 가능성은 지켜보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지금 확답하기는 이르다. 10월쯤 해외 자료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올 하반기 성장 둔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여전히 경기보다 물가의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기재위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 수준(4.5%)을 상당 폭 상회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전망 수준(2.7%)을 소폭 하회할 것”이라면서 “물가와 성장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커졌지만 현시점에서는 물가 리스크(위험)가 더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불안으로 2차 효과가 증폭되면서 고물가가 고착될 경우 경제 전반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2.25∼2.50%)가 한국(2.25%)보다 높아진 역전 현상에도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외국인 증권자금은 내외 금리차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 여건 등 복합적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제 과거 세 차례 금리 역전기에는 대체로 순유입됐다”면서 “외국인 주식 포트폴리오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점, 신용등급 대비 국내 채권 수익률이 양호한 점도 자금 유출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