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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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규칼럼] 경제위기 맞설 큰 그림이 안 보인다

3高 위기에 경기 하강 위험 고조
정부 대응엔 절박감 안 느껴져
시나리오별 매뉴얼 제시하고
국민과의 소통에 힘써야 할 때

경제에 온통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다 경기 하강 위험이 가시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복합위기여서 언제 어디에서 뇌관이 터질지 모른다. 불안감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물가와 금리가 뛰자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6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9% 줄어 넉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외환위기 이후 24년여 만에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3%와 2.1%로 낮췄다. 경기회복은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3%, 3.3%여서 수출 전망도 어둡다. 이미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7월까지 넉 달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올 들어 7월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150억25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중국과의 무역수지도 석 달째 적자다. 가계부채 문제 등 경제 폭탄은 줄지어 있다.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 형국이다.

박완규 논설위원

실물경제도 가라앉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6%에서 7.4%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에는 2.5%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충북 청주공장 증설 의결을 보류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시설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다른 업종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영 환경은 개선될 조짐이 없으니 앞다퉈 투자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방식이 문제다. 절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경제를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때아닌 당권 싸움에 휘말려 있다. 경제와 민생은 뒷전이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취임 두 달여 만에 20%대로 곤두박질쳤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인사 문제와 함께 경험·자질 부족, 경제·민생 소홀 등이 꼽혔다. 정부의 위기 대처에 대한 불신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위기 상황에 대해 “근본적인 해법을 내기는 어렵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다. 그후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산발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율곡 이이가 청년 군주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 ‘만언봉사’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 여기고 방치하면 온갖 종류의 폐단이 날로 늘어나고 여러 가지 일들이 날로 잘못되어버리며 민생이 날로 곤궁해져서 혼란과 패망이 반드시 뒤따를 것입니다.” 국정 개혁안을 담은 ‘동호문답’에서는 “국시(國是: 나라의 근본 방침이나 이념)가 불안하면 사람들의 마음이 쉽게 흔들리고, 명분을 바로잡는 데에 미진한 바가 있으면 좋은 통치를 하기가 어렵습니다”라고 했다. 지금 윤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윤 대통령이 휴가에 들어갔다. 국정 현안을 풀어나갈 방안을 놓고 고심할 것이다. 이번에는 국정 기조를 과감하게 바꿔나가야 한다. 다가오는 경제위기에 맞설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국민은 국정 쇄신의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국내외 경제·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 세제 개편 등으로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정책 비전부터 내놓아야 한다.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면서 구조 개혁을 할지 방향을 제시해야 국민이 불안감을 덜 수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에 힘써야 한다. 경제위기의 실상을 투명하게 알리고 고통 분담을 호소하면서 국민과 함께 대처하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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