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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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 시대 금융혁신 전략은…① 네거티브 규제 도입 ② 디지털화폐 상용화 ③ 쪼개기 상장 제한 [연중기획-국가 대개조 나서자]

금융규제 방식 전환
포지티브로 단기간 성과 올린 한국
시장 규모 커지자 규제 혁파 목소리
위험관리 등 통한 산업 활성화 촉구

법정통화 ‘CBDC’ 대안
현금 사용 줄어 결제 개선 움직임
동일한 비율로 현금 교환 보장
한은, 하반기 상용화 검증 예정

자본시장 제도 정비 시급
기업들 물적분할로 주주권익 침해
상장 심사기준·신주 우선 배정 거론
공매도 규제 강화도 과제로 꼽혀

금융 부문에서 디지털 경제 시대 이행은 금융감독, 자본시장,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가상화폐 등 전 분야에 걸쳐있다. 현재의 금융구조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규제를 현재의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포지티브 금융규제는 가능한 사항을 열거하고 나머지를 금지하는 방식이고, 네거티브 규제는 법에서 금지하는 사항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이다. 포지티브 금융규제는 시비의 여지가 적고 특정 부분에 효과적으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등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좋은 규제 방식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포지티브 금융규제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이 급속도로 성장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 중심의 금융 변화가 필요하고, 또한 새로운 변화를 통한 사회 전체 이익을 도모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영미권 국가처럼 네거티브 방식의 금융규제를 도입해 디지털 금융 시대에 걸맞은 상품 설계, 리스크 관리 등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다만 급격한 규제 방식 개편은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인 형태로 규제 방식을 변경해 금융산업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도 대안으로

CBDC는 현금 사용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내외 결제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은행만 발행할 수 있는 법정통화인 CBDC는 블록체인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는 차이가 있다. 또 동일한 비율로 현금 교환이 보장되기 때문에 가상화폐와 달리 가치 변동 위험이 거의 없다.

해외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관련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촌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수단으로 시범 사용하기도 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7월 착수한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1∼2년 내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1단계 모의실험에서 CBDC의 제조·발행·유통·환수와 같은 기본 기능을 구현했다. 또 지난 1월부터는 2단계 실험을 통해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의 결제, 디지털 자산 거래, 국가 간 송금 등 기능을 실험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금융기관 등과 협력해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검증할 예정이다.

또 한은은 CBDC를 통해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의 지급결제 시장 진입 등 최근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우려되는 독과점이나 개인정보 보호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도 CBDC를 통해 금융산업 전반의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CBDC 발행의 대표적인 기대 효과로는 중개 기관 없는 송금 거래, 환전을 포함한 국가 간 송금 거래 개선, 예금·대출 등 전통 금융상품의 자동화, 탈중앙화 상품 등 혁신 상품 출현 등이 있다.

다만 CBDC의 실제 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CBDC는 은행계좌가 없는 국민이 많은 바하마, 나이지리아 등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정식 도입된 상황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CBDC 발행에 앞서 금융시스템 및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금융안정 책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증권 등 자본시장 제도 정비도 한목소리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물적분할 제도 개선, 공매도 규제 강화 등도 과제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에서 물적분할과 관련한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기업이 알짜 계열사를 물적분할 한 뒤 자회사를 상장시킴으로써 기존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 투자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선 △물적분할 공시 강화 △상장 심사기준 도입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모회사 주주 신주 우선배정 도입 등이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어느 경우든 장단점이 있어 뾰족한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 신주 우선배정은 우선배정을 받을 모회사 일반주주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을 놓고도 현재 상법 내 엄격히 규정하는 주식매수청구권 발동 조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매도 규제를 둘러싼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공매도 제도가 특정 세력의 잇속을 챙기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이면 주가 하락률이나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다소 낮더라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적발·처벌 강화 의지도 밝혔다. 다만 공매도가 주식 시장 과열을 예방하고, 실제로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공매도의 악영향이 실증적으로 발견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박현준·유지혜·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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