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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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대표가 대통령 비난까지… 한심한 여권 이전투구

국민의힘이 당 지도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헌 당규 해석을 둘러싸고 다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비상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비대위 출범이 오히려 정당성, 절차적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서병수 전국위의장은 그제 “비대위 출범 시 이준석 대표는 자동적으로 제명·해임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원래 “당헌 당규상 권한대행 체제가 맞다”고 했다가 충분한 설명 없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조속히 당을 안정시켜야 하는 지도부가 무리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으니 분란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서 의장의 해석은 이 대표가 받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와 충돌한다.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를 받았는데, 비대위 출범은 이것보다 더 높은 징계인 제명을 전제로 추진되기 때문이다. 당초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이 대표 징계 시 해임을 뜻하는 궐위로 보지 않고, 잠깐 자리를 비우는 사고로 판단해 직무대행 체제를 출범시켰다. 결국 비대위 출범은 이 대표 징계에 대한 해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어서 법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향후 어떻게 결론이 나든 내홍은 격화되고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서 의장 해석에 대해 감사원장 출신인 최재형 의원을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 3선의 하태경·조해진 의원 등은 “당원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 “무리한 바보짓”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비대위 전환에 제동을 거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까지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의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발언을 인용하며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징계당한 당대표가 대통령과 맞서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미 사퇴를 선언한 최고위원들이 비대위 의결 권한이 있는 전국위원회를 소집하기 위해 2일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것도 옳지 않다. 오늘 상임전국위원회와 9일 전국위를 거쳐 비대위가 가동된다고 해도 순항할 리가 없다. 이런 비대위가 쇄신 동력을 유지할 리도 만무하다. 비대위 구성을 놓고 다시 지리멸렬하는 여당의 모습은 국민이 보기 민망할 정도다. 집권당이 이렇게 국민에게 실망과 피로감을 안겨 주면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국정 동력 약화만 가속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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