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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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韓·美 경제안보 포괄적 동맹 재확인한 펠로시 방한

金 의장과 국회 차원 뒷받침 협의
北 7차 핵실험·인권 메시지도 내
尹, 안만나고 전화통화만 해 논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을 갖고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동발표문에 “한·미동맹이 군사 안보, 경제, 기술 동맹으로 확대되는 데 주목하며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의 발전을 의회 차원에서 강력히 뒷받침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진지하게 협의했다”고도 했다. 지난 5월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이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기술 동맹으로 격상하는 데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의 연장선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순방의 목적을 안보, 경제, 거버넌스라고 했다. 그러고는 이 세 가지 분야 모두 미국과 한국이 굉장히 탄탄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이 한·미동맹 70주년인 만큼 동맹 70주년 기념 결의안 채택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서는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한 경고와 인권 문제 등 대북 메시지도 전했다. 미 대통령과 하원의장의 연이은 방문은 한·미동맹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펠로시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40분간 전화통화도 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윤 대통령도 북한 비핵화와 군사 도발에 대한 공조를 당부하며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은 한·미의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미 국가의전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을 윤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은 못내 아쉽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휴가기간(1∼5일)과 겹친다는 이유로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돌연 이날 오후 전화통화를 한다고 말을 바꿨다. 납득이 쉽지 않다. 외교 결례 얘기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국정운영이 아마추어 같다는 소리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펠로시 의장은 한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정상을 모두 만났다. 일본에 가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을 기피한 것을 두고 그의 대만 방문에 격앙된 중국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전날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그것도 자택 휴가 중에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가 소홀히 한 한·미동맹의 가치를 복원시키겠다고 천명했던 게 새 정부다. 동맹의 가치는 어려울 때 지켜야 더 빛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