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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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버블 붕괴·실업률 급증… 習, 3연임 ‘걸림돌’ 부상 [세계는 지금]

中 거세지는 경기 침체 ‘후폭풍’

정부, 경기 부양 위해 부동산 거품 키워
대출 축소 조치에 부동산 침체 가속화
은행들 최악의 경우 464조원 손실 직면

중산층 자산 70%가 주택에 묶여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세 지속으로 ‘직격탄’
허난성선 41만명 예금동결 사태까지

中. 올 성장률 5.5% 달성 사실상 포기
청년 실업률 최고치… 사회 불안 요소로
習,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도 위기 키워

한국인도 많이 거주하는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의 랜드마크 소호(SOHO) 빌딩. 5일 찾은 왕징소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핫맥스(Hotmaxx)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할인특화매장인 핫맥스는 왕징소호에만 3곳이나 입점해 있다. 이곳에서는 알리바바 계열 온오프 슈퍼마켓 허마에선 8.5위안(약 1649원)에 판매되는 에비앙 생수(500㎖)를 66%나 저렴한 2.9위안(562.6원)에 살 수 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파는 할인 특화매장이 늘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왕징 소호빌딩에 있는 할인 특화매장 핫맥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핫맥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월 본사 직원 20명에서 시작해 최근 500명으로 늘었다. 매장 수도 현재 500개에서 2025년 45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핫맥스와 같은 할인 특화매장으로 등록된 사업체만 해도 지난 1년간 119곳으로 지난 10년 연평균 92곳보다 늘었다.

 

할인특화매장의 성황은 역설적으로 현재 심각한 중국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차이나마켓리서치는 관련 업계 매출이 2019년 250억위안(4조8500억원)에서 올해 360억위안(약 6조9840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할인매장 증가는 부동산 버블 붕괴와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2년 넘게 계속되는 과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갑을 닫으려는 소비자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붕괴, 중국경제 강타

 

현재 경제 난조 주원인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다. 

 

중국에서는 그동안 부동산 거품이 무섭게 커졌다. 이는 중국공산당과 중앙정부가 각 지방정부에 경제달성 목표를 부과하는 방식의 경제정책을 펼친 데 기인한다.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지방정부는 막대한 토지 이용권을 부동산개발기업에 매각해 재원을 마련하고, 부동산개발기업은 대규모 아파트 건설에 나섰다. 건설활동 증가, 고용창출, 건설자재 수요 확대,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하면서 경제규모 전반이 확대됐다. 여기에 2009년 미국발(發) 리먼 브러더스 사태(비우량주택담보대출로 인한 리먼 브러더스 파산)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확대로 시중에 돈이 넘쳐났다. 아파트를 지으면 팔리고, 사면 가격이  뛴다는 부동산불패 신화가 형성되면서 거품을 급팽창시켰다. 

 

빵빵한 풍선을 터트린 바늘 역할을 한 것이 소위 3개의 레드라인(三條紅線)이다. 2020년 8월 중국 정부가 부동산기업에 대한 융자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발표한 3개 레드라인은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율 70% 초과 금지 △순부채율 100% 초과 금지 △현금성 자산보다 유동성부채 배 이상 초과 금지를 골자로 한다.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신규대출이 제한됐다.

 

이후 금융기관은 부동산개발기업에 대한 대출을 축소하고 부동산개발기업은 자산매각을 통해 자금확보에 나섰다. 이는 기업의 채무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자산가격상승 과열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의도이기도 했다. 문제는 부동산개발기업의 자산매각 속도보다 자산가격하락 속도가 훨씬 빨리 진행되면서 부동산발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중산층 직격탄…지방에선 뱅크런 사태

 

특히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중산층이 부동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산층 자산 중 70% 정도가 주택에 묶여 있다. 정부의 관리강화와 코로나19 봉쇄로 부동산경기가 하락하자 공사를 중단하는 건설 현장이 속출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중산층에게 전이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선분양 후 집이 다 지어지기도 전에 바로 주택담보대출금 상환이 시작된다. 중단된 아파트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분양을 받으면 대출금을 계속 갚아야 한다. 결국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상환을 거부하는 사태에 이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4조7000억위안(911조8000억원) 규모의 주택 건설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완공하려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1조4000억위안(271조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개발업자들의 자금줄이 묶여 공사가 중단되자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각 은행에 적격 부동산 개발사업에 대한 대출을 연장하고 합리적인 자금 지원을 촉구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부동산시장 위기가 부실채권 위험으로 확산해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에 위치한 중국 중앙은행 정저우 지부 앞에서 지난 7월 10일 중국 중앙은행 직원의 부패 혐의를 비난하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저우=AFP연합뉴스

은행들이 부동산시장 위기로 최악의 경우 2조4000억위안(464조6000억원)의 부동산담보대출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금이 많았던 허난(河南)성에서는 41만명에 대한 예금 동결과 뱅크런(현금 대규모 인출) 사태가 있었다. 지난달 10일 허난성 정저우시의 인민은행지행(支行·지역본부) 건물 앞에서 중국 전역에서 모인 2000~3000명의 피해 고객이 예금반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단 시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발생해 일부가 부상하는, 중국에서는 이례적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주택가격이 지금도 10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암울한 상황은 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국가통계국의 70대 도시 주택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 6월 주택가격이 전월보다 0.1% 하락했고, 하락세가 10개월째 이어졌다고 전했다.

◆중국경제의 복병, 실업 증가 

 

중국경제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은 실업 증가다. 지난 6월 기준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9.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 증가는 빈곤층 증가로 이어져 사회 양극화를 확대할 수 있어 사회 불안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기관에 따라 최소 3% 미만(UBS), 최대 4.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되고 있다. 로이터는 4.0% 블룸버그가 4.1%, 세계은행이 4.3%를 예상한다. 안정적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부족한 수치다. 

 

중국 전문가들은 매년 도시 일자리 1100만개 이상을 만들려면 최소 5%대 경제성장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자리가 부족해 먹고사는 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 작금의 중국 상황이다.

 

소비 성향이 강한 젊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저축에 나선 것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온라인매체 허우랑(后浪)연구소가 40세 미만 22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매달 저축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40%에 달했다.

◆시진핑 주석 3연임 앞두고 중대 고비

 

지난달 28일 중국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경제를 운영하고 최상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버티는 것이 승리”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는 중국 최고 지도부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5.5% 달성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고비를 맞고 있다. 시 주석은 올가을 중국몽을 앞세워 미국을 추월하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화려한 3연임 대관식을 치르려고 한다. 대표적 치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경기를 띄울 수단이 없어 수렁에 빠진 꼴이다. 

 

시 주석에게는 인구감소 문제도 ‘발등의 불’이 됐다. 중국 정부는 2025년 이전 연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도는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정년(남성 60세, 여성 50세)을 맞은 1962년생을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2000만명 이상이 생산 현장을 떠나는 퇴직러시가 시작돼 고령자 부양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신화연합뉴스

노무라증권 루팅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적 압박 때문에 향후 수개월간 일부 (방역) 정책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중국은 방역 완화와 강화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고, (코로나와 관련한 경제) 위험이 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