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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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대위 후폭풍… 이준석 “내부총질 한심” vs 친윤 “달 보고 짖는 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강공 모드’로 맞서면서 여권이 ‘비대위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며 여론전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이에 “무차별 난사”, “달을 보고 짖는 개”라고 비난하면서 당 내홍은 갈수록 깊어가는 양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출범을 위한 수순을 밟았다. 상임전국위는 현재의 당 상황을 비대위 전환이 필요한 ‘비상상황’으로 판단하고, 당대표 직무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부여하는 당헌 개정안을 전국위원위에 상정하기로 했다. 오는 9일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 임명안도 의결될 예정이다. 당 사무처 유권 해석에 따라 비대위가 출범하면 이 대표는 대표직을 잃게 된다. 

 

◆이준석, 尹 겨냥 “내부총질 인식 한심”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등을 무차별 비판하며 비대위 전환에 반발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를 “한심하다”, “형용모순”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선출된 당대표가 당내 상황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내부총질이라는 인식도 한심한 게, 당대표가 말하는 것이 정론이고, 그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보통 반기를 드는 행위”라며 “당대표가 내부총질 한다는 문장 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적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국회 사진기자단

전날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서 훌륭한 사람 봤느냐”는 지난달 발언을 가리켜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윤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대표격인 장제원 의원을 ‘삼성가노(三姓家奴)’에 빗대 저격하기도 했다. 삼성가노는 ‘세 개의 성을 가진 종놈’이라는 뜻이다. 장 의원이 2017년 대선 당시 대세에 따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을 차례로 지지했듯 “현 정권에서도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도망갈 것”이라는 취지다.

 

이 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전국위에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표결하겠다는 서병수 전국위원장 방침에 대해서도 “이제 사람들 일정 맞춰서 과반 소집해서 과반의결 하는 것도 귀찮은지 ARS 전국위로 비대위를 출범시키려 한다”며 비꼬았다. 

 

◆친윤계 “달 보고 짖는 개” 이준석 맹비난 

 

친윤계 의원들이 이 대표에 맞불을 놓으면서 당 내홍은 격화하고 있다. 김정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당과 대통령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해대는 것이 이준석의 ‘자기 정치’인가”라며 “이제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이철규 의원은 ‘망월폐견’(望月吠犬)이라는 한자어로 이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망월폐견은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것은 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개의 버릇이 나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향해 연일 공세를 취하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스스로 명예롭게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비전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는 명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한다”며 “징계가 억울하고 비대위 전환이 모순적이고 억지스러워도 이를 이유로 강 대 강의 극한 싸움을 계속하는 건, 또다시 여당이 진흙탕 수렁으로 빠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친이준석계 인사로 꼽히는 정미경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이쯤에서 당 대표로서 손을 놓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틀린 길을 가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 혼란을 더 크게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박민영 대변인도 MBC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갈등에 대해 “(화합이)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최후에는 당과 대통령을 지키는 길을 선택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왼쪽 두 번째)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상임전국위원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법적 대응으로 ‘벼랑 끝 전술’ 

 

그러나 이 대표는 “요즘 들어 명예로운 결말 이야기하는 분들에게 저는 항상 후회 없는 결말을 이야기한다”며 정면 대응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그 후회 없는 결말이 결과적으로 명예롭기도 하고 당과 국가에 건전한 경종을 울리는 결말이었으면 하는 기대도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5년이나 남았기에 개인 이준석이 피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5년이나 남았기에 조기에 바로 잡아야 한다”며 “2015년에 비겁했던 그들은 2022년에도 비겁했다”고 부연했다. ‘5년이나 남은 것’은 윤 정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4월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발언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격노에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것에 자신의 현 상황을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르면 내주 중 법원에 비대위 출범의 정당성을 묻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며 법정 투쟁도 벌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당이 빠른 속도로 비대위로 전환하는데 언제쯤 입장을 낼 생각이냐’는 KBS 질문에 “직접 법적 대응 하겠다”며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시점에 공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이날 이 방송이 보도했다. 이 대표의 법정 투쟁이 현실화하면 국민의힘 한차례 또 큰 격랑 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청년 당원들을 중심으로 비대위 출범을 막기 위한 단체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이 중심이 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라는 청년 모임 이날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4600명에 달한다. 이들은 비대위 출범에 대응한 여론전뿐만 아니라 가처분신청 탄원서, 단체소송 등 법적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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