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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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가야 하는데…"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바이든

백악관 대변인 "8일 켄터키 수해 현장 방문할 것"
취재진 "그때까지 코로나19 낫는다는 보장 있나"
결국 조건부로… "계속 양성이면 현장 방문 안 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재감염 치료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백악관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전역을 돌며 유권자들과 접촉을 늘려가야 할 때에 코로나19 격리로 발이 묶인 탓이다. 요즘 홍수 피해가 심각한 켄터키주(州)를 직접 방문해 희생자 유족과 수재민을 위로하겠다는 계획을 덥석 발표했다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계속되면 가지 않겠다’고 슬쩍 말을 바꾸는 촌극도 빚어졌다.

카린 장 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5일(현지시간)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인 질 여사와 함께 오는 8일 켄터키주 동부의 수해 현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지역은 지난 7월 말부터 극심한 폭우에서 비롯한 홍수 및 산사태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최소 3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전히 실종자가 남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앤디 버시어 주지사는 최근 “아직 최소한 수백명의 실종자가 있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적극적 구호를 요청한 바 있다.

 

장 피에르 대변인은 “희생자 유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집과 일상을 잃은 이재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로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켄터키에 가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아직 ‘완치’ 판정을 받지 못 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말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순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후 격리 상태에서 치료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아 업무에 복귀했는데 그 직후인 지난 7월30일 오전 검사에서 뜻밖에도 다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 주치의 측은 이를 ‘리바운드 감염’이라고 표현하며 “실질적으로 증세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금세 음성 판정을 받고 백악관 집무실로 돌아올 줄 알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까지 포함해 벌써 1주일 가까이 격리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날마다 실시하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줄곧 양성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재빨리 정책 현장으로 달려가 유권자들과 만나고 표심을 사로잡아야 할 시점에 화상회의나 화상연설 말고는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백악관 측은 “기침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실제 건강 상태는 양호하다는 점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하지만 5일 현재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사흘 뒤인 8일 대규모 수행 인력을 데리고 지방에까지 가서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화면 속)이 3일(현지시간) 장관들과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 워싱턴=EPA연합뉴스

당장 장 피에르 대변인의 발표에 백악관 취재진은 “8일 이전에 음성 판정이 나오지 않더라도 켄터키 방문을 강행한다는 의미냐”고 물었다. 이 경우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들어 기자들의 대통령 동행 취재가 봉쇄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자들의 태도는 자못 심각했다.

 

이에 장 피에르 대변인도 문제점을 파악한 듯 “8일까지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면 대통령은 켄터키에 가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음성 판정이 나오지 않는 한 켄터키 일정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의료진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8일 이전에는 음성으로 돌아설 것’이란 확신이 드니 켄터키 일정을 짜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 정가와 언론의 시선이 온통 주말에 실시될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검사 결과에 쏠리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