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외교 당국자가 지난 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났으나 냉랭한 서로의 입장 차만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4일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한 북한 안광일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와 인사를 나눴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안보협의체다. 북한이 올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제7차 핵실험 준비 작업 등 무력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어떤 입장을 낼지 주목을 받았다.
북한 최선희 신임 외무상 대신 안 대사가 ARF에 참석했다. 박 장관은 환영만찬장에서 안 대사와 만나 “만나서 반갑고, (안 대사가) 아세안 전문가로서 합리적이라는 분이라고 들었다”고 인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또 “최선희 외무상이 새로 취임했는데 축하를 전해달라. 최 외무상과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외교부 관계자는 덧붙였다.
박 장관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환영만찬을 계기로 한 짧은 만남이었고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박 장관은 안 대사에게 “조건 없는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비핵화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조건 없는 남북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북한 안 대사는 일단 경청했지만 남북 대화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사실상 ‘불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안 대사는 아주 짧게 대답을 했다”며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취지로 짧게 언급했다”고 전했다. 안 대사는 다음날 ARF 외교장관회의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서는 “(박진 장관과) 아무 말도 안 했고 만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