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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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율 반등책 인적 쇄신 대신 ‘경제 살리기’ 무게 둘 듯

휴가 마치고 8일 복귀

중도뿐 아니라 보수층도 이탈
‘국정동력 마지노선’ 30% 붕괴

與 내홍사태·취학연령 하향 등
‘아마추어식 대처’ 실망감 안겨

대통령실 “분발 촉구 당부할 듯”
당장 인사 개편 가능성은 작아

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20% 초반대로 급락한 국정운영 지지율 반등을 위한 카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중도뿐 아니라 일부 보수층까지 이탈하게 한 그간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인적 개편을 단행하거나, 윤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꿔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7일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께서는 업무 복귀 후 어떤 형태로든 더 낮은 자세로 국민 뜻을 받들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휴가 후 일성을 통해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지난 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24%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수층에서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한 달 전인 7월 첫째 주 28%에서 48%로 급등했고, 중도층도 같은 기간 54%에서 68%로 올랐다.

 

중도뿐 아니라 보수층마저 절반 가까이 등을 돌리며 국정 동력 확보 마지노선인 30%선이 붕괴했다. 보수가 가장 중시하는 ‘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어진 인사 논란과 전 정권에 대한 수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여당 내홍과 관련해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을 보여 왔다. 도덕적 결함이나 소통 부재가 다소 있더라도 ‘유능한 이미지’를 주면 보수층은 대개 견고한 뒷배로 정권을 지탱해왔지만, 현 정부는 좌충우돌 끝에 반발을 부르는 사태를 반복하며 보수가 가장 싫어하는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실망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청문회를 패싱하고 임명을 강행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발표한 ‘만 5세 입학연령 하향 학제 개편안’이 거센 반발과 저항을 부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찰국 신설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명분 확보가 가능한 사안이었지만, 내부 설득과 여론 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급하게 추진해 소모적 갈등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의 잇따른 발언 논란과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노출한 대통령 문자 메시지 사건이 실망감을 안겼다는 분석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일하는 방식에서 노출된 아마추어리즘에 보수가 실망한 것”이라며 “일을 매끄럽게, 프로답게 착착 진행해나가는 유능한 모습을 보여줘야 지지율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모습. 뉴시스

일각에선 대통령실 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이 당장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임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만큼 대통령을 모시는 데 부족함이 드러난 참모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분발을 촉구하는 당부를 하실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신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이어 “서민이나 취약계층이 경제난 때문에 고통받거나 삶의 질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경제를 살리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국민 메시지를 또 한 번 낼 예정이다. 사면 대상 범위를 놓고도 이러한 기조를 토대로 조율 중이다. 다만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계기로 한 기자회견 등 관련 행사를 크게 열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