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임박하자 몸풀기에 서두르는 모습이다.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사실상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의 전초전이 시작돼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각 당내 공부 모임과 토론회로 세 불리기에 주력해 온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양강 구도를 이루며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원외 인사들의 당권 도전 여부는 양강 구도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경력과 세력 면에서 결코 안 의원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로서 당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본 경험이 있고, 지지 의사를 나타낸 의원들도 적지 않아서다. 한 당내 인사는 “김 의원과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6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선 후보를 지낸 안 의원의 인지도가 높은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 김 의원 측 기류다.
안 의원 측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안 의원은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분이 한창이던 지난주, 휴가차 미국으로 출국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자연히 논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사태를 관망하며 정돈된 입장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안 의원의 당권 도전 의지도 확고하다. 안 의원 측 인사는 “(안 의원이) 비대위원장직은 생각하는 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대표 시절 국민의힘과 합당을 통해 약속받았던 최고위원 2인 추천권 행사가 사실상 무산된 점도 안 의원의 당권 장악 의지를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안 의원은 대선 후보 시절 경쟁자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 만큼 여당에선 자신이 ‘맞수’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 파동’으로 당권 도전에 차질을 빚은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일단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며 당내 혼란을 책임 있게 수습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원외 인사 중에선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당권 주자로 거론된다. 둘 다 원내대표를 지내며 중량감을 키운 이력이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출마할 경우 표 분산으로 김·안 의원 양강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해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준석 대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전날 JTBC 인터뷰에서 “이 대표라는 자원이 국민의힘 외연을 획기적으로 넓힌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원론적 얘기”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이 대표가 자신의 서울시장 당선에 기여한 점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향해 “자중하고 후일을 기약하라”며 “더 이상 당을 혼란케 하면 그건 분탕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